[지금 현장에서는…] 바보야, 문제는 신뢰야

2016-07-21     강재진 기자

“TD 아동복 시장은 2009년부터 3년간 최고 피크로 엄청 잘 나갔죠. 백화점에서도 국내 브랜드지만 매출을 견인할 정도였는데….지금은 최소 30%이상 빠지고 있어요. SPA 브랜드의 맹공이다, 아웃도어들이 시장을 침범해서라고 하지만 핑계고요, 실제 원인은 소비자들이 더 이상 찾지 않는다는 겁니다.”

최근 만난 아동복 업체 임원은 업계 현실에 대해 가감없이 비판했다. 국내 백화점 아동복이 침체에 빠진 것은 저성장 시대로 가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외면하고 나홀로 고가정책만 펼친 결과라는 것이다. SPA 브랜드들에게 기본물을 뺏기고 아웃도어나 스포츠 브랜드에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은 확고한 로열티 없이 가격만 비싼 제품이 더 이상 고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 최근 성인복이나 아동복은 막입어도 부담없이 세탁할 수 있는 편안한 스타일이 선호되고 있다. 거기에 가격까지 거품이 없어야 한다. 그런 요소를 충족시킨 브랜드는 불황에도 전년대비 30%가까운 성장을 보였다. 리뉴얼을 단행한 매장은 평균 80%이상 매출 신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경기가 어려워서도 고객이 지갑을 닫아서도 아니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뭔지 빠르게 캐치해 트렌드를 리드해야 승산이 있는 것이다. 결국은 비싸서 안사는 소비자다. 그렇다고 세일을 해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요즘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뭘까. 소재, 스타일, 컬러, 싼 가격이 답일까? 제품의 퀄리티는 기술의 평준화로 대부분 비슷해졌다고 본다. 브랜드의 가격 정책이 중요하다. 실제로 온라인상에 가장 빈번하게 올라오는 불만이 가격에 대한 문제다. 오늘 여기서 5만 원에 샀는데 내일 가니 세일해서 반값에 팔고 있다고 울분을 터뜨린다. 그 제품을 산 고객은 자신이 구매한 브랜드에 대해 믿지 않게 되고 세일을 할 때까지 구매를 미루거나 타 브랜드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몇 해전 아웃도어 ‘N’브랜드가 세일을 하지 않는다고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다. ‘N’ 브랜드가 세일을 시작하자 브랜드들이 세일하기는 훨씬 좋아졌다. 돌이켜 생각해보자. 아웃도어 업계가 어려워진 이유를. 물론 절개가 많이 들어가는 스타일을 더 이상 선호하지 않고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많아지면서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그게 아닐 것이다. 이미 고객에게 가격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어두운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는 내가 가는 길만 비추기보다 누군가의 가는 길을 비춰주는 것이 모두가 밝게 가는 법이다. 업계를 먼저 생각하는 또다른 ‘N’브랜드 등장을 기대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