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 개성공단기업협회 정기섭 회장 - “개성공단, 자생력·경쟁력 강화가 우선합니다”

교역·경협 제재 5·24조치 재평가해야 임금협상 줄다리기에 입주기업들만 비명 남북 모두 정경분리해야 개성공단 발전

2016-07-21     김동률 기자
개성공단 임금문제가 양국간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넉 달째 표류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 2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공업지구법에 명시돼 있는 최저임금 상승제한폭 5%를 무시하고 5.18%를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이에 우리정부는 “일방적인 임금상승 통보는 남북 합의사항에 위배되는 행위” 로 규정 짓고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16일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며 제 6차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가 열렸지만 여전히 북한은 “임금인상 문제는 북한의 주권사항” 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며 갈등만을 키운 채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 임금협상안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원인이 무엇인가.
“남북 양측이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우리정부는 개성공업지구법에 정해져 있는 임금상승률 5% 미만을 근거로 북측이 요구하는 5.18% 인상안은 합의를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북측은 노동규정 변경은 북한의 주권사항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원활한 협상을 위해서는 남북 양측의 입장차이로 생긴 큰 벽을 허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남북 양측 모두의 의견을 배제할 수 없는 입장이다.”

- 정부에서는 임금협상안이 처리될 때까지 임금지급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입주 기업 중 40여 개 업체가 임금을 지급했다고 하는데?
“정부에서 입주기업에 요청한 것은 임금을 주지 말라는 게 아니라 인상된 금액으로 지급을 하지 말아달라고 한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존대로 임금을 지급했다. 북한 근로자 임금은 단순히 70.35불만 나가는 것이 아니라 수당과 성과급 등이 추가돼 실제로는 180~190불이 지급된다. 입주업체들의 업종이 다양하기 때문에 노사간 협의를 통해 올해 3월 이전부터 이미 그렇게 운영을 해 오고 있었다. 북한 근로자의 임금은 지난 10년간 임금인상 5% 상한선에 묶여 있었다. 그래서 지금 북한이 요구하는 5.18% 인상을 반영해 74불이 됐다 하더라도 11년 동안 임금상승률은 48%에 그친다. 북측 근로자들은 우리식으로 마음대로 일을 시킬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히 생산성이 낮을 수 밖에 없고 입주업체 입장에서는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외부에서는 입주기업들이 성과급이 포함된 임금을 마치 우리정부측 입장을 무시하고 북한이 요구한대로 인상된 금액으로 지급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현재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대부분은 성과와 연동해 기존방식대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 일각에서는 북한의 일방적인 임금상승안을 수용하게 되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임금상승문제는 비단 개성공단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든 마찬가지다. 중국과 동남아의 상황만 봐도 그렇다. 단순히 임금상승에 대한 걱정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개성공단만이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품질과 단납기체제를 더욱 강화해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협회는 북측 당국자들과 지속적으로 임금협상문제 뿐만 아니라 생산성 개선에 대해서도 논의했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북측 당국자들도 긍정적인 답을 줬다.”

- 갈등이 심화된다면 북한이 개성공단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지 않나?
“극단적인 상황이 온다면 손을 뗄 수도 있다. 현재 개성공단에서 근로자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간 약 1억 달러 정도다. 무시 할 수 없는 금액이지만 그 수입이 사라진다고 북한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줄 만큼 비중이 큰 것도 아니다. 지금 북한은 해외로 인력송출을 많이 하고 있고 특히 중국 접경지역에는 중국에서 생활하며 공장에서 일하는 파견근로자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개성공단을 쉽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선대에서 유훈사업이기 때문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개성공단의 현실에 대해 불만이 크다. 그렇지만 현 지도자가 선대에서 이뤄놓은 유훈사업을 포기한다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5·24조치가 발효된 지 5년차에 접어들었다. 대북제재조치에 대한 생각은?
“5·24조치는 경협에 피해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북측을 제재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약발이 다 떨어졌다. 남북간 교역 및 경협을 금지한 사이에 북한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졌고 중국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물건도 다 팔고 있다. 반대로 우리는 이제 북한을 압박할 방법이 없어졌다. 서로 교류하지 않으니 분단체제에서의 갈등과 불신만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목적이었던 대북 제재효과는 사라지고 원치 않는 부작용만 생겨나고 있다. 5·24조치는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지금 시점에서 제재효과가 있는지 냉정하게 실리를 따져봐야 한다. 북한과 영원히 적대적으로 지낼 게 아니라 교류하고 협력해 통일까지 생각한다면 5·24조치는 빨리 해제해야 한다. 협회는 지속적으로 이 부분을 정부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정부는 북측의 사과나 재발방지대책이 선행되지 않는 한 5·24조치 해제를 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 북측 근로자에게 초코파이는 어떤 의미인가?
“원래 초코파이는 복리후생의 목적도 있지만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동기부여제 역할을 했다. 우리는 북한 근로자들의 인사권이나 노무지휘 관리권이 없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 중 하나다. 그런데 문제는 언론에서 북한 근로자가 초코파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가십거리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 북한 주민들은 자존심이 굉장히 강하다. 그런데 우리는 북한 근로자들의 그 아픈 부분을 자꾸 건드린다. 그러다 보니 작년 7월 이후 남측의 초코파이, 봉지라면 등 남한 상표가 찍혀있는 상품은 개성시내로의 반입이 금지됐다. 언론에서는 한 낱 가십거리일지 몰라도 입주기업들에겐 실질적인 피해로 돌아온다. 그렇게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 정경분리가 개성공단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북한 핵 문제다. 개성공단은 1단계 100만평 개발이 완료되면 곧 바로 2, 3단계 개발을 진행해 2012년까지 3단계 개발을 완료한다는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개성공단의 개발계획은 멈춰버렸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핵 문제 해결이 선행되지 않는 한 추가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북한 핵 문제는 단순히 남북간만의 문제가 아닌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여러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애초에 개성공단은 남북간 경협사업을 통해 서로에게 보탬이 되겠다고 판단해 추진한 사업이다. 개성공단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정경분리는 반드시 필요하며 남북 양측 모두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개성공단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와 같은 자세와 방식으로는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없다.

-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우리정부측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국내 기업들과 똑같은 지원을 받게 돼 있다. 하지만 북한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지원보다 통제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입주기업들은 정부의 비전과 투자에 대한 보장 약속을 믿고 사업을 시작했다.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과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 남북관계가 우호적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우리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고 서로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지금처럼 대화와 소통을 단절하고 평생 적대적인 관계로 지낼 것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대화와 소통을 통해 남북 모두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