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 신영와코루 최학도 상무 - “정체성 지키는 토종 브랜드가 ‘신영의 길’이죠”
트렌드는 받아들이되 고유의 장인정신과 융합 ‘초점’
- 국내 이너웨어 업계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영와코루가 보고 겪은 업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전망해 달라.
“1988년에 입사했다. 1990년부터 2000년도 초반에는 뭐든 만들면 팔리는 시대였다. 백화점에서 이너웨어는 가장 효율이 좋으며 매출이 마르지 않는 ‘효자 상품’이라고 불렀다. 1997년 IMF와 2007년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며 국내 시장 자체가 정체기었다. 그 후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너웨어 시장이 조금 주춤했다.
-업계에서는 역량이 갖춰진 신영와코루의 변화를 원하며 혁신적인 브랜드를 선보이길 원한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패션성을 원했지만 우리는 기능성에 더 집중했을 뿐이다. 그리고 국내 1위 기업으로 항상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가고 있다. 20년 전 유럽 태생의 고급 란제리 브랜드를 가져와 오뜨꾸띄르 컨셉 상품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유럽 란제리는 국내 소비자들의 사이즈와 너무 달랐다. 또 서구적인 체형과 크고 볼륨 있는 가슴만을 강조하도록 디자인됐다. 너무 앞서갔다. ‘DKNY’도 가져오려 했지만 조건이 너무 불리했다.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1020세대를 타겟으로 디자인을 강화한 브랜드가 ‘솔브’다. 요즘 소비자들이 원하는 디자인과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패션 이너웨어로 디자인을 강조했던 브랜드들이 결국 기능성까지 아이템을 확장하고 있다. 패션 이너웨어만으로는 장사가 안 되는 것이다. 우리는 기능성, 편안함을 기본으로 가져가며 트렌드에 발 맞춰 디자인, 컬러를 강화하고 있다. ‘솔브’는 ‘비너스’의 초기 마케팅 전략을 롤 모델로 했다. 여기에 신영와코루의 감성을 유지한 채 디자인 변화를 주려다보니 조금 성장이 더뎠을 뿐이다. 이제는 성장하는 단계로 돌입했고 젊은 층의 인지도도 높아졌다. 외형도 상당히 커졌다.“
-젊은 사람들은 오프라인을 가지 않고 모바일로 물건을 사기 시작하며 해외 상품들도 편리하게 직구를 하고 있다. 유통 채널의 다각화 전략은.
“우리는 백화점, 대리점, 마트, 아울렛, 직영점, 재래시장, 홈쇼핑, 온라인까지 전 유통을 다하고 있다. 재래시장을 제외하고 대기업 유통망들은 마진율이 낮아 수익이 좋지 않다. 백화점도 정상 판매가 저조해 행사 위주로 가고 있고 온라인 매출 비중이 커졌다. 마트, 아울렛도 급격한 확장으로 포화 상태다. 홈쇼핑 또한 돈 안 되는 장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유통망으로 빠르고 편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지만 업계 입장에서는 너무 힘들다.
-최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영와코루의 CSR 활동은.
“업계 최초로 유방암 환자 전용 속옷을 개발했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위한 속옷을 만드는 기업으로 유방암 환자를 두고 볼 수 없었다. 사회 복지 차원에서 ‘리맘마’라는 브랜드를 런칭했고 마진 없이 유방암 환자의 속옷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신영와코루 잠원동 건물 9층에 ‘리맘마’ 매장이 있고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핑크 리본’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사회적 활동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국내 이너웨어 역사를 바꾼 것이 있다. 바로 피팅이다.
창립 이래 10년 주기로 연령대별 국내 여성들의 체형 사이즈를 측정하고 있다. 축적된 사이즈를 비교해 보니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국내 여성들의 체형을 실감했고 잘못된 브래지어 사이즈로 여성의 몸을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추진했던 것이 매장 내 피팅룸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 당시 알몸으로 진행하는 피팅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 최대한 자신의 방처럼 느낄 수 있도록 피팅룸을 만들었다. 그 후 지속적으로 피팅에 대한 중요성을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서비스했으며 매년 직원들에게 피팅 서비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피팅에 대한 개념, 인식 변화를 신영와코루가 이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