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엇 김나랑 디자이너 - “국내 첫 승마복 모티브 캐주얼이죠”

시크&모던 유니섹스 캐주얼하게 “시크릿테리엇처럼 멈추지 않고 달릴 터”

2016-08-05     이원형 기자
한 조련사가 있었다. 100여마리의 말을 혹독하게 훈련시키기 위해 땡볕아래 물도 제대로 먹이지 않았다. 일주일간 맹훈련을 거듭했던 말들이 쓰러져갈 무렵, 조련사는 강가로 그들을 인도한다. 모든 말들은 일제히 물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갔다. 하지만 유일하게 단 한마리의 말만이 조련사의 호각소리에 목마름을 참고 다시 돌아온다.

뛰어난 절제력과 끈기로 20세기 최고 경주마로 불린 시크릿테리엇의 일화다. 나랑(본명 김나랑)디자이너의 ‘테리엇(TERIAT)’은 시크릿테리엇의 이름을 땄다. 시크하면서도 모던한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로 성공하기 이전에 명마의 기개와 절개를 닮으려 애썼다. 김 디자이너는 “우연히 승마 체험을 가려하니 정말 입을 옷이 없더라”며 “거기서 모티브를 얻어 전통 승마복 느낌을 합친 감각적인 캐주얼 브랜드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테리엇’의 제품은 바지 안쪽에 스웨이드가 덧대어져 있다거나 견고하면서도 테일러적인 느낌을 살린 제품이 많다. 승마복의 디테일에서 모티브를 얻은 스티치 제품도 눈에 띈다. 그의 첫 2015 F/W 컬렉션은 절제된 선과 비비드한 컬러로 승마복을 캐주얼하게 재해석했다. 올 S/S 컬렉션은 블랙과 화이트를 토대로 ‘LAY BACK’이라는 컨셉을 잡았다. 웨어러블한 스포티즘을 제품에 녹여낸 것. “테리엇은 캐주얼라인과 프리미엄라인으로 나눠져 있어요. 캐주얼 라인은 심플한 무지 티셔츠부터 말발굽 프린트, 단추와 지퍼를 활용한 제품까지 과감한 시도를 즐겨요. 프리미엄라인엔 승마복의 정적인 느낌을 닮은 오더메이드 수트부터 다양한 컬러의 아우터까지 구비됐어요.”

김 디자이너가 가장 아끼는 제품은 아우터류다. 화이트 자켓에 바람막이 원단을 덧대는 과감한 시도를 보면 ‘뭔가 다르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파스텔 핑크 레더 자켓부터 구조적인 선을 사용한 미니멀한 코트까지. 단추 하나까지 신경쓰는 그의 디테일한 면이 힘있는 브랜딩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명확한 컨셉과 스토리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 속에서 시크릿테리엇같은 집념과 정신으로 열심히 달려나가보려 한다”고 말했다.

현재 ‘테리엇’은 편집샵 에이랜드, 수원 AK몰과 온라인 편집샵에 입점됐다.
“에이랜드에서 베이직한 티셔츠와 팬츠 제품이 인기가 많아요. 그 중 저희 브랜드가 승마를 모티브로 한 브랜드라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에요. 그만큼 한 곳에서 머무르지 않고 스토리가 있는 독특한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보려고 합니다.”

이제 막 패션계에 첫 발을 내 딛은 그는 동대문 샘플실을 떠나지 못한다. ‘독특하고 예쁜 옷을 만들자’는 막연한 꿈이 조금씩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요즘 그가 느끼는 가장 큰 행복이기 때문이다.
“승마복을 모티브로 한 캐주얼 브랜드를 전개한다는 건 제 인생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어요. 앞으로 또 어떤 변수가 제 인생을 뒤흔들어 놓을진 모르겠지만 저는 일단 멈추지 않을 겁니다. 괜히 테리엇이라고 이름 지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