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스포티·블루 3박자 모피 뜬다

사모님만 입는다는 모피…소비 연령 낮추며 대중속으로

2016-08-07     이원형 기자

“당장 이 돈 받고 네 손으로 깨끗하게 헤어져.”
우아한 올림머리에 손가락 마디마디 번쩍이는 다이아 반지를 낀 여자가 흰 봉투를 내밀고 있다. 고상한 얼굴에서 표독스러운 말을 뱉어내며 여주인공을 슬픔에 젖게한다. 그녀는 대기업 회장의 부인, 일명 사모님으로 통한다. 그리고 그녀를 장식하는 화룡점정은 바로 모피다.

과거 모피 제품은 사치품으로 분류됐다. 돈 많은 사모님들의 전유물이다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업계도 특정 부류만을 위한 획일화된 퍼 제품을 쏟아냈다. 더 비싸고, 더 풍성해보이는 모피는 어떤 외제차를 타느냐 같은 부의 척도가 됐다. 하지만 모피 업계는 변화를 거쳐왔다. 더 다양한 소비자와 제품으로 새로운 리뉴얼을 시작했다.

그 첫번째 변화는 바로 소재, 테크닉, 컬러 등의 본질적인 부분에서 감지됐다. 업계는 날이 갈수록 바뀌는 트렌드에 대비해 더욱 컨템포러리하고 유니크한 제품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폭스, 램, 레더와 퍼 자재 믹스를 통해 부담없는 가격까지 잡았다. 이런 변화로 소비 연령층은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올해 모피 업계는 더욱 컬러풀하고 모던한 실루엣의 제품을 통해 매일 입고 싶은 퍼 제품을 쏟아냈다. 소재는 더 부드럽게, 스타일은 실용적이고 스포티하게, 컬러도 과감한 원색 톤을 사용했다. 톡톡 튀는 색감의 퍼 제품이 부담스럽다면 패딩과 레더 등 데일리 룩으로 입을 수 있는 소재와 결합된 제품을 선택하시길. 걸어다니기보다 운전을 많이 하는 고객이라면 자켓보다는 가볍게 걸칠 수 잇는 베스트를 입는 게 좋다. 모피는 절대 어려운 영역이 아니다. 조금만 관심을 둔다면 나이에 맞게 가격도 착하게 살 수 있는 다양한 퍼 제품이 가득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올해엔 모피 업계 전체적으로 대대적인 할인행사와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이 대거 출시되니 기대해도 좋다.

■진도모피, ‘스포티브 진도’로 제안

진도모피는 올 겨울 가볍고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하프코트와 자켓에 주목했다. 컬러도 블랙보다 밝은 유색톤을 대거 사용했다. 더블페이스(무스탕)제품은 물론 밍크와 레더를 믹스한 코듀로이 제품도 선보인다. 진도모피 이보람 디자인 실장은 올해 주목할 컬러로 무광 네이비 색상 ‘DULL NAVY’, 딥 버건디 색상 ‘MARSALA’, 진한 터쿼이즈 색상인 ‘DARK TURQUOISE’ 등 감각적인 색감을 꼽았다. 내추럴 펄컬러와 라이트 그레이 색상을 서브로 추가한 점도 매력적이다. 핫 포인트도 무조건 컬러다. 과거에는 블랙이나 브라운톤 제품에 비즈를 덧붙여 화려한 느낌을 표현했다. 올해는 최대한 장식을 줄이고 밋밋함을 방지하는 대체재로 화려한 컬러를 선택했다. 우아하면서도 품격있는 실버 블루 색상과 기존보다 톤 다운해 딥하게 염색한 브라운 스킨 제품은 작년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콤비네이션 퍼도 인기가 좋다. 사모님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획일화된 밍크보다 20~30대까지 선호하는 폭스와 램 소재 제품이 사랑받고 있는 것. 올해는 구스다운과 밍크소재를 결합한 제품으로 한 겨울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걸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벼운 베스트와 숏자켓은 가격 부담이 덜하다. 패딩 하프코트와 라쿤 트리밍 후드 베스트 등 밍크를 덧댄 실용적인 제품 물량도 늘렸다.이 실장은 “패딩 겉감을 밍크 안감에 사용해 보온성은 물론 디자인도 젊게 풀었다”며 “스포티하면서도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제품이 올해 강세를 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유의 노블하고 클래식한 감성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진도모피는 올해 스타일 종류를 대폭 늘렸다. 클래식한 감성은 유지하되 고품격 하이엔드 제품과 실용적인 아이템을 함께 전개하며 구색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진도모피 한성훈 부장은 “변하지 않는 모피 제품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모피 업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며 “다양한 업체가 수입 액세서리와 고가의 모피 라인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모피 원자재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브랜드 간 가격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다양한 복종 확장과 중저가 제품을 늘리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동우모피, 믹스매치로 컨템포러리 감각 살려

동우모피는 올해 모피와 폭스, 램, 세이블, 친칠라까지 다양한 소재를 믹스매치했다. 기존에 있던 포멀한 느낌보다는 스포티한 느낌을 강화했다. 동우도 진도와 마찬가지로 패딩을 접목한 제품을 선보였다. 종류가 다양해 기장감에 따라 매력이 바뀌는 램 소재 제품도 선보였다. 동우모피 서동민 디자인 실장은 “올해엔 폭스를 많이 개발했다. 종류별로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가격도 천차만별이지만 밍크보다는 부담이 덜해 젊은 여성 고객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컬러 구현에 있어서도 과감해졌다. 로얄블루(ROYAL BLUE)와 다양한 컬러 블로킹, 스트라이프 패턴까지 트렌디한 디자인을 구현했다. 집업 소재로 실용적인 맛을 살렸다. 더 가볍게, 더 편안하게 입는 모피를 모토로 삼고 다양한 테크닉을 구사해냈다.

서 실장은 “고객이 동우 옷은 편안하면서 예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감해진 컬러와 여러가지 패턴 믹스로 신규 고객을 유입시킬 계획이다. 메인 고객을 위해 블랙그라마 비중도 높였다”고 말했다. 동우모피 허성진 상무는 “8월 중순부터 주요 백화점에서 할인 행사를 시작한다. 올해 시장 전망은 맑음이다. 브랜드 내에서도 가격과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여 기대가 크다”며 “국내 모피 기술과 제품 퀄리티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올해엔 수입 라인을 늘려서 브랜드의 고품격 이미지를 높여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DS모피, 디자인 경쾌하게 컬러는 믹싱

해외 유명 퍼제품 수입과 국내 생산을 병행하는 Ds FURS(이하 디에스)는 명확한 브랜드 색깔을 추구했다. 대중적인 이미지보다는 심플하면서도 컨템포러리한 감성이 특화된 브랜드이기 때문에 고유의 감성을 잃지 않았다. 디에스는 올해 블루 컬러를 포인트로 무릎까지 오는 하프 기장과 베스트를 키 포인트로 정했다. 대신 라인별로 균형을 잘 맞춰 밍크와 폭스, 세이블 라인을 선보인다. 디에스 역시 램에 주목했다. 캐시미어 램과 더블페이스 램 제품으로 다양함을 추구한 것. 수입을 병행하는 만큼 누구보다 빠른 트렌드를 흡수하는 디에스는 올해 ‘실루엣’에 중점을 뒀다. 보여지는 라인을 달리해 기존 고객에게 새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소재 믹스보다는 컬러 믹스로 포인트를 준 점도 특징이다. Ds FURS 이수영 디자인 실장은 “모피 트렌드도 일반 어패럴 트렌드와 비슷하게 간다. 밀라노와 파리의 F/W컬렉션이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클래식한 디자인을 제외하면 1년만 지나도 진부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여야한다”고 말했다.

디에스가 중요시하는 점은 또 있다. 모피는 10년 이상 입는 제품이기 때문에 AS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 손 댈 수 없는 제품은 디자인이 아무리 예뻐도 바잉하지 않는다. 소비자와의 신뢰를 위해서 내린 현명한 전략이다. 이 실장은 “과거에는 해외에서 디자인을 많이 사왔지만 이젠 보다 더 다양하고 퀄리티 있는 디자인이 국내에서 나온다”며 “퍼 제품에 처음 도전하는 고객이라면 자주 입을 수 있는 베스트나 자켓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겨울에만 입는 ‘퍼 시대’ 지났다
테크닉 퍼 개발 박차 시즌 한계 탈피 본격화

푹푹 찌는 한 여름, 모피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해외 유수의 컬렉션에도 퍼 소재는 F/W 컬렉션에서만 선보여졌다. 하지만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트렌드도 변하는 법. 여름에 통풍조차 되지 않는 레인부츠와 워커를 신고 한 겨울에 핫팬츠를 입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는 지금. 퍼 또한 더이상 계절에 한정된 영역이 아닌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할 수 있는 소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 초 헐리웃에서 연일 화제 인물로 떠올랐던 카니예 웨스트의 아내이자 모델인 킴 카다시안은 ‘퍼키니’ 즉 퍼로 만든 비키니를 입었다.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도 2015 S/S 컬렉션에서 산뜻한 퍼 제품을 쏟아냈다. 버버리프로섬과 크리스찬 디올, 드리스반노튼, 펜디, 지암바티스타 발리, 구찌, 루이비통, 오스카 드 라 렌타 등이 그 주인공이다.

몽클레르 감마 루주 2015 S/S 컬렉션에선 레이스 시스루 소재의 화이트 원피스에 화이트 밍크를 덧대어 클래식한 우아함을 살렸다. 소니아 리키엘 컬렉션에선 레드와 블랙, 베이지를 콜라보레이션해 간절기 가볍게 걸칠 수 있는 쇼트 베스트를 선보였다. 창의적인 모피 제품으로 정평이 나있는 펜디 컬렉션에서는 다양한 텍스처가 결합돼 구조적이면서도 모던한 모노톤 원피스가 주목받았다.

이렇듯 시즌에 구애받지 않은 차별화된 퍼 제품이 선보여지기 시작한 것은 다양한 테크닉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패브릭보다 더 디테일하고 난이도 높은 테크닉은 새로운 퍼 패션 영역을 창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국제모피협회 대표 마크 오튼은 “옥션 하우스와 디자이너들이 계절에 상관 없이 더욱 아름답고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퍼 테크닉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퍼 산업은 점점 한정된 아이템을 벗어나 선택의 폭을 확장시켜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