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의류생산 프로세스 디지털화 주도권 잡는다”

서울大, 수백년 이어온 의류 생산 기획에 근본적 변혁 예고

2016-08-17     정기창 기자
서울대학교가 교내 벤처 기업인 ㈜피센과 함께 한국 기업을 주축으로 세계 의류생산 프로세스에 혁명을 가져올 혁신적 방안을 모색한다. 18세기 영국 산업혁명 이후 과거 수백년간 이어져 온 의류 생산 기획에 근본적인 변혁을 몰고올 이른바 ‘디지털클로딩’을 도입해 한국이 세계 의류 생산의 종주국으로 부상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그동안 의류 생산의 디지털화를 주도해 온 거버(Gerber), 렉트라(Lectra), 옵티텍스(Optitex) 등 해외 유수 기업들은 각각 자사 기술에 특화된 부분적인 틀에서만 전문성을 발휘해 왔다. 반면 서울대학교와 피센의 디지털클로딩은 디자인 및 패턴 캐드(CAD)뿐만 아니라 커팅과 봉제, 3D 피팅 등 전 분야를 통합한 디지털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세계 유일한 시스템으로 손꼽힌다.서울대학교가 개발한 ‘DC스위트(Digital Clothing Suite)’는 의류가 공장 라인에 걸리기 전 단계인 원단 선택과 디자인 개발, 이를 사람에게 직접 입혀보는 샘플 시각화 등 모든 과정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옷 생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프로그램이다. 통상적으로 샘플제작 3주(週), 공장시험 제작 및 보완 3주 등 총 15단계에 이르는 의류 생산 과정을 모두 디지털화함으로써 생산 효율 최적화를 달성할 수 있다.DC 스위트는 여타 제품과 달리 실물과 다름없는 거의 완벽한 상태의 직물 구조 표현, 손쉬운 렌더링 작업이 강점으로 꼽힌다. 직물 디자인을 위해서는 실제 원단의 느낌을 모니터상에 정확히 구현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IT 업계에서도 매우 어려운 분야로 여겨지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안티 알리아싱(Anti-Aliasing) 기술로 이를 극복했다. 면이나 가죽, 실크, 벨벳, 비닐 등 각 원단이 가지는 특성을 실물과 같이 세밀하게 묘사해 착시 효과로 인한 제품 실패 가능성을 크게 줄였다. 3D 드레이핑은 이보다 더 진일보한 렌더링 시스템이다. 직접 프로그래밍할 수도 있지만 DC 스위트는 사람이 손으로 작업한 디자인이나 실제 의상을 사진으로 찍은 후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컴퓨터는 이를 사실적인 3D 의상으로 재현해 준다. 전문적인 3D 렌더링 기술이 없어도 기초적인 의류 샘플 제작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같은 원리로 사람 얼굴을 정확히 인식해 옷 입은 모습의 사실성을 높여주는 3D 버추얼 영상 시스템도 개발 완료 단계에 있다.DC 스위트의 진가는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고 있다. 서울대학교 디지털클로딩센터 고형석 교수는 “아직 홍보에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대만, 중국의 유력 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며 “가능하면 한국에서 기술을 상용화시킨 후 세계로 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본지는 이 같은 토종 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세계 의류 생산 프로세스 주도권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지난 7일 서교동 본사에서 ‘㈜피센&서울대의 디지털클로딩 기술’을 주제로 시연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충남섬유 진영식 대표, 제일모직 정기봉 상무, 스탁컴퍼니 이영선 대표, 다우엔터프라이즈 백남일 대표, 자야 김인순 대표, 알라딘스트라스 이은주 대표, 대명패브릭 최옥희 대표, 재재패션 유선종 대표 등 업계 CEO 및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