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서는…] 불합리한 관행, 경쟁력 깎아 낸다

2016-08-21     강재진 기자

모 원단업체 담당자는 오늘도 울화통이 터지려는 것을 겨우 참아냈다.

얼마전까지 꺾일줄 모르는 성장가도를 달리던 아웃도어 브랜드에 원단을 납품하고 혹여 사고가 터질까 노심초사 했는데. 결국 문제가 터진 것이다.

브랜드 담당자와 상담을 통해 브랜드가 가장 원하는 최상의 소재를 결정하고 그대로 납품까지 했지만 사고가 생겼다. 원단 업체는 브랜드가 원하는 제품을 납품을 하고 하자가 생긴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식적으로 당연히 납품 업체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맞지만 왜 이 원단업체는 울화통을 터뜨리는 걸까.

실상을 알고 보면 놀랍다. 브랜드는 자신의 제품을 가장 잘 만들어낼 원단을 찾아 상담하고 업체에서 납품 받는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는 시험기관에 의뢰해 테스트를 거치라고 한다. 과정에 따라 납품 원단은 분명히 각종 테스트를 통과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납품 후 문제가 생기면 분명히 검사, 테스트까지 완료한 경우라도 모든 책임을 원단 납품 업체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담당자가 울화통이 터지고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시험기관 인증을 받은 제품인데 왜 문제가 생기는 것인지, 또 인증까지 받았는데 문제가 된다면 비싼 비용이 들어가는 테스트는 왜 하라고 하는 것인지.

또 다른 원단생산 공장에서도 원성이 쏟아진다. 업계 대표적인 원단공장으로 신용도 탄탄하고 노미를 걸 이유가 전혀 없는 집이지만 일정 컨버터 업체를 통해서만 오더가 떨어진다.

컨버터 업체를 거치게 되면 당연히 중간단계가 늘어나니 생산비용이 추가되고 제조원가는 올라가게 된다. 그 원단 공장담당자는 브랜드 담당자가 한 업체만 지정해서 그 집만 통해서 한다고 하니 오더를 받을 수도 안 받을 수도 없다. 물론 브랜드 입장에서는 컨버터나 프로모션업체를 통하게 되면 편하기도 하고 공장의 인력이 안 될때는 중간업체가 필요할 경우도 있다.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가 많이 주춤하고 있다. 물론 경기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업계의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점들, 갑의 횡포로 인한 원성 등도 전체적인 저성장의 요인으로 지적된다.

합리성 부족한 업계의 관행, 비상식적으로 불필요한 절차가 걸림돌이 되고 더 나아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게 아닐까? 한국 아웃도어가 글로벌을 꿈꾸는 이 시점에 반드시 짚어보고 넘어가야할 문제라는 인식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