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싸개로 시작된 신발들-샌들·부츠·슈즈…조능식
1999-10-17 한국섬유신문
▼요즘도 그렇지만 사람 (특히 남성)을 만나면 제일 먼
저 눈가는 곳이 와이셔츠칼라와 넥타이쪽이다.
와이셔츠의 칼라는 때묻지 않고 희고 빳빳한가-. 넥타
이는 디자인이나 색상이 입은 양복과 잘 어울리나- 등
등에서 였다.
그 다음은 아래로 내려와 구두를 보게 된다. 양복과 어
울리는 색깔이냐도 문제이지만 잘 닦아져 있는가? 아니
면 구두등에 흑먼지가 그대로 앉아 있지나 않은가-를
봄으로 해서 본인의 성품(깔끔하냐-게으르냐-)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어서다. (요즘은 거의 자가용차를 이
용해서 주로 대중교통에 의거하던 예전과는 양상이 많
이 달라졌지만).
거기다 더 하기 유행으로(?) 너도 나도 <샌들>을 싣는
다.
젊은 여성들은 삼복중인데도 미니 팬츠에 부츠를 신는
기묘(?)한 팬션이라서 구두와는 거리가 멸어진 게 사실
이다.(요즘은 거리에서 구두닦이를 찾아 보기 힘들어
졌지만).
▼구두를 크게 나누면 「슈즈=SHOES
(단화=短靴)」와 「부츠=BOOTS(장화=長靴)」 두 가지
다.
이러한 구분은 미국과 영국이 좀 다르다. 영국에선 보
통 단화를 <슈즈>라 부르지만 복사뼈 위까지 올라오는
구두는 <부츠>가 된다.
미국에선 복사뼈 위까지 오는 것이라도 <슈즈>라 한
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긴 것-다시말해 종아리 위까지 올
라온 것이래야 <부츠>라고 한다. 또 사냥할 때의 약간
목 긴것은 「헌팅 부츠」라 하면서도 농구용의 목긴 운
동화는 「슈즈」라 하니 약간 헷갈릴 판이다.
▼슈즈는 인류가 걷기 시작하면서 부터 개발된 것으로
알기 쉽지만 원래 인류의 <발바닥>이란 그리 약하지
만도 않은 질기고 튼튼한 것이었다. 요즘도 지구상 어
느 곳에는 맨발의 종족이 살고 있지만 그것은 필요성에
서 이지 결코 가난해서만은 아니다.
-어쨌거나 인간이 처음으로 신었던 것은 「발싸개(나무
잎이나 동물의 가죽)」였고 다음이 「샌들=SANDALE
(판때기란 뜻」같이 간단한 것들이었다.
슈즈의 어원은 옛(古)게르만語인 「SKOH=덮는다」와
의 관계가 있으리라는 추측이다.
▼슈즈 얘기는 그만해두고 영어의 부츠는 옛(古)프랑스
語인 「브트=BOTE」에서 온 것.
그 원은 게르만語에서란 설이지만 확실치 않다.
일설에 의하면 저지대(低地帶)에서 생활하던 독일사람
들의 말인 「BUTT=나무가 짤려나간 밑동같다는 뜻」
에서 라고도 하나 분명치 않다.
-어쨌거나 부츠는 신발의 일종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그 시초는 「전투용(戰鬪用)」에서 발단된다.
기원전 1100년의 「앗시리아軍」의 병사들이 이미 신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산악지대에서의 발바닥 보호와
전투때의 다리(장딴지)보호에서였다.
뿐만 아니라 부츠는 추운 산간지대나 초원의 유목기마
민족(遊牧騎馬民族)들에게 많이 신켜졌었다.
▼한편 부츠의 단수인 「브트=BOOT」란 구조(救助)
구제(救濟) 등의 의미를 내포한다.
이 경우 브트는 인구기어(印歐基語)인 「BHAD=좋다」
에서 이지만 「장화」와는 별 관계가 없다.
또 「BOOT, BOOTY」란 약탈품(掠奪品)이라는 뜻이
포함되는데 이것도 독일 저지대 지방사람들의 말로
「교환(交換)」이란 뜻인데 「장화」와는 별무관계.
▼재미있는 것으로는 미국의 공동묘지(서부)를 나타내
는 말에 「부트·힐=BOOT HILL」이란 것이 있다. 뜻
은 「장화의 언덕」으로 이것은 미국 서부개척때 총잡
이 들이 장화를 신은 채로 많이 총맞아 죽어간 곳이란
데서다.
또 「부트·레거=BOOT LEGG
ER」란 말은 「밀주 제조업자(密酒製造業者)」란 뜻.
금주법(禁酒法)이 시행되던 그 옛날 미국에선 마시고
난 빈 술병의 「납세증(納稅證)」을 감쪽같이 띠어냈다
가 밀조된 술병에다 다시 붙여 사용할 때까지 밀주업자
들은 그 납세증을 「부츠」속에다 숨겨두었었기 때문이
란다.
趙 能 植 <本紙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