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르는 ‘거위의 꿈] ‘더 클라이막스’ 이지원 디자이너
“예쁜 옷보다 기억되는 옷 만들고파”
2016-08-31 이원형 기자
정글같은 패션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꿈을 만드는 신진 디자이너들, 음지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화려한 무대 위에서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는 기성 디자이너들도 모두 인고의 시간을 거쳐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본지는 이번 연재를 통해 ‘나만의 옷을 만드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신예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힘들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본업에 매진하는 이들이 있기에 한국 섬유패션산업 미래는 밝다.
“예쁜 옷 만드는 사람은 저 말고도 많죠. 하지만 오래도록 질리지 않는 옷을 만드는 사람은 몇명 없어요. 매년 입어도 정겹고 좋은 옷, 저에게 ‘예쁘다’란 말은 그런 의미에요.”
이지원 디자이너는 얼마 전 그동안 쌓였던 한을 풀었다. 10월에 열리는 2016 S/S 서울패션위크 제네레이션 넥스트(GN) 디자이너 리스트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브랜드에 대한 여타의 홍보활동과 유통을 하지 않고 있었기에 열망도 컸던 그였다. 이번 GN은 올해를 끝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많은 디자이너들이 꼭 잡고 싶어했던 기회였다. 그는 “대중들에게 나를 보여주는 첫 무대이기 때문에 부담도 되고 많이 떨린다”며 “묵묵히 준비해 온 만큼 내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쇼를 만들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번 쇼를 생각보다 많은 이가 기대하고 있는 이유는 그가 이미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숨은 실력자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클라이막스를 런칭하기 전까지 일본 문화복장학원을 다녔던 이지원 디자이너는 디자인은 물론 텍스타일, 염색 등 옷에 대한 기본기를 탄탄하게 익혔다. 4년반의 유학 생활은 여러가지 옷을 마음껏 시도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처음부터 디자이너가 될 생각은 아니었어요. 패턴사가 되고 싶었죠. 하지만 운명인지 필연인지 3학년 때 미하라 야스히로 디자이너 밑에서 일을 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아비스타 남성복 디자인실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러다 제 브랜드를 런칭했죠. 더 클라이막스는 탄생보다는 미래가 더 주목받을 브랜드가 될 것 같아요.”자신만의 개성이 강한 요지 야마모토, 준야 와타나베 등 글로벌한 디자이너들의 영향을 받았던 탓인지 그의 작품은 정말 ‘이지원’스럽다. 블랙과 다크브라운 등 어두운 칼라에 남성적인 힘을 실었는데 입어보면 딱 여자 옷이다. 제품 가격이 꽤 있음에도 불구 그의 중성적인 매력을 좋아하는 여성 고객이 많은 이유다.
안팔리더라도 조금은 다른 옷을 만들겠다는 이지원 디자이너. 락커즘 문화를 즐기고 음악을 사랑하고, 지나온 시대를 되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 바로 더 클라이막스를 주목하시길. 곧 그의 데뷔전이 온에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