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서는…] 다름의 미학을 공부하라

2016-09-04     이원형 기자

작년 가을 히트아이템 하나로 대박을 터트린 모 브랜드가 올 F/W 물량을 8배까지 늘렸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신제품 개발보다 히트아이템 재판매로 매출 상승을 노려보겠다는 태도가 한방을 노리는 갬블러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도박꾼들의 게임 판 속에서 과연 제대로 된 옷이 나올 수는 있는 건지 의문이 생겼다.

현재 패션 업계는 하나의 아이템이 뜬다 싶으면 모두 달려들어 제품카피에 몰두한다. 디테일만 조금씩 달리할 뿐 디자인이나 소재, 타겟층은 비슷하다. 올해는 카피 레이더망에 항공점퍼와 래쉬가드가 걸려들었다. 캐주얼 조닝은 물론 여성복 조닝까지 모두가 항공점퍼 베끼기에 동참했다. 그 결과 백화점 및 아울렛 캐주얼 조닝엔 올 초부터 항공 점퍼가 풍년이었다. 레더, 시퀸, 나일론 등 나름 다양한 소재와 레터링 등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고는 하지만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또한 다양한 아이템으로 경쟁해야 할 브랜드가 서로 비슷하게 베껴내고만 있으니 매출은 갈수록 떨어지고 브랜드 고유 개성은 저해시키는 결말이 초래됐다. 올 여름을 강타했던 래쉬가드도 마찬가지다. 서핑 스포츠 브랜드에서 시작했던 래쉬가드는 노출을 꺼리는 성인과 학생, 주부까지 물놀이 갈 때 부담없이 입을 수 있는 옷으로 각광받았다. 문제는 평소 여름 장사가 신통치 않던 캐주얼 업체들이 래쉬가드를 만들기 시작한 것에서 발생했다. 좀 더 저렴하게, 빨리 내놔야겠다는 생각에 업계는 품질 검사도 제대로 받지 않고 특별 상품 물량을 늘려댔다. 기존 스포츠웨어 브랜드는 물론 캐주얼 업체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한 캐주얼 업체 임원은 “래쉬가드를 만들자는 말이 윗선에 나왔을 때 처음으로 화를 냈다. 옷을 만들어야 할 업체가 수영복을 만들어서 고객한테 내보인다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냐고 큰소리를 쳤다”고 했을 정도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화제성이나 반짝 아이템 매출에서는 효과가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봤을 땐 그렇게 이윤있는 장사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트렌드는 금새 바뀐다. 패션은 트렌드를 먹고 산다. 업계도 마찬가지다. 업계는 고객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산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얼굴만 하고 있다면 금방 싫증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