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플랜’ 런칭…제2의 도약 - 창립 10년 ‘바리에디션’ 화장품 진출

2016-09-04     김예지 기자

어릴 적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화장하는 모습과 뾰족 구두를 신고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엄마의 모습이 멋있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엄마 몰래 립스틱도 발라보고 한 뼘이나 남는 큰 뾰족 구두를 신고 집안을 걸어 다니던 아이. 엄마처럼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던 소녀 감성을 간직한 20대를 위한 여성 의류 쇼핑몰 1세대 ‘바가지머리’다. 올 해로 바가지머리는 열 살이 됐다. 고객들, 초창기부터 함께한 메인 모델 희바리, 25살 때 쇼핑몰을 시작했던 김윤경 대표<사진>도 이제는 30대가 되었다.

김윤경 대표는 “최근 까지도 20대 모델을 내세운 캐릭터가 강한 영한 분위기로 갈 것인가, 아니면 고객과 함께 자연스럽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한 브랜드 정체성 고민을 많이 했다”며 “10년 동안 쇼핑몰을 운영하며많은 일을 겪었고 앞으로는 내가 하고 싶고, 즐겁고, 함께 가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내 나이와 감성이 30대인데 20대 옷을 만들고 스타일링하는 것이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바가지머리는 ‘바리에디션’이라는 새 이름으로 고객과 함께 가는 쪽을 택했다. 10년의 인연을 져버리지 않고 앞으로는 한 아이의 엄마, 아내로서 같이 소통하고 공감하며 자연스럽게 고객들과 함께 가는 것이 김 대표의 바램이다. 바리에디션은 바가지머리의 줄임말 ‘바리’와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선별해서 하자는 뜻을 담아 ‘에디션’을 붙였다. 김 대표도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다. 자기 옷보다 가족, 아이들의 옷을 더 신경 쓰는 엄마들을 위해 키즈 의류와 용품도 추가해 카테고리를 늘렸다. 기존 바가지머리의 대표 캐릭터는 키즈 의류나 용품에 활용해 기존 컨셉이었던 소녀 감성을 이제는 고객의 아이들에게 전하려 한다. 김 대표는 대학생 때부터 장사에 대한 수완이 좋았다. 유행이 지나 안 입는 옷, 가방 등을 찍어 옥션에 올려 중고로 팔기 시작했다. 디지털 카메라가 없어 그 당시 유행했던 PC방 하두리 캠코더를 이용해 친구들의 옷까지 찍어 팔았다. 김 대표는 졸업 후 평소 좋아했던 모자 사업을 시작했다.

시장 조사를 통해 대부분 모자 사진만 찍어 나열 하는 타 업체와는 다르게 비주얼에 집중했다. ‘예쁘게 보여야 팔린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었다. 네 자매였던 김 대표는 언니, 동생을 모델로 내세웠다. 긴 머리의 언니, 단발머리 김 대표, 현 바리에디션 메인 모델인 동생이 착용한 사진을 올려 다양한 느낌을 전달하려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옥션 액세서리 매출 1위를 달성했으며 나중에는 G마켓에서도 올려달라고 연락이 왔다. 온 가족이 매달릴 정도로 사업이 커졌지만 모자를 납품하던 도매 업체들이 원가에 모자를 올리기 시작하며 1만 2000원에 팔았던 모자 가격이 6900원까지 떨어졌다. 김 대표는 모자 사업에 대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빠르게 정리 했으며 본격적으로 의류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바가지머리다. 김 대표는 “2005년 초창기 시절에 몇 개 없던 쇼핑몰 대부분이 170㎝의 모델을 내세워 멋있게 화보처럼 찍어 올렸는데 우리는 160㎝의 평범한 모델을 썼다”며 “데이트 할 때, 친구들과 놀러갈 때, 학교갈 때 등 일상 생활에 입는 옷을 컨셉으로 찍었다. 최대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익숙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 쇼핑몰이 진행하고 있는 사은품 증정, 독특한 상품명, 해외 촬영, 모델의 일상 모습, ‘언니’와 같은 친숙한 애칭 등 모두 바가지머리가 처음 시도한 방식이다. 도매 시장의 현재 사입 방식도 김 대표의 아이디어다. 전화 주문만 고집했던 옛날 방식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그만큼 물건을 늦게 받았다. 김 대표는 가게명, 상품명, 개수 등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 이른 시간 시장을 돌면서 종이를 나눠줬고 몇 시간 후 물건을 걷어가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 후 모든 업체들이 이 방식을 따랐다.

누구보다 앞서가며 독특한 차별화로 성공한 수완 좋은 사업가 김 대표는 10주년을 맞아 화장품 브랜드 ‘그라운드플랜’을 런칭했다. 여느 여성 의류 쇼핑몰처럼 메이크업 제품을 내리라는 예상을 깨고 김 대표는 자연주의 컨셉의 스킨케어 라인을 선보였다. 화장을 자주 하지 않는 김 대표는 이번에도 ‘내가 쓰고 싶은 화장품’을 만들었다. 블로그를 통해 먼저 선보였던 ‘24시간 시크릿 미스트’가 엄마들 사이에서 아토피 개선 효과를 봤다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다양한 후기가 SNS를 통해 올라오면서 출시 한 달만에 10만 개가 팔렸다. 대부분 정제수가 95% 들어있는 타 미스트와 다르게 100% 자연 추출물과 무방부제로 임산부와 아이들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10년이 넘는 고객들한테 작은 트러블이라도 날까봐 걱정이었고 그렇기에 더 신중하게 진행했다. 피부에 안전한 100% 천연 재료만 사용하고 유통 기한이 짧아지지만 무방부제를 고집했다”며 “‘언니, 땀띠가 가라앉고 아토피가 나았어요’ ‘평생 써야하는 인생 아이템이다’라는 고객들의 후기를 보면 너무 즐겁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추천 제품인 마스크 팩도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를 뒀다. 대부분의 마스크 팩은 에센스와 시트지가 함께 들어가 있으며 방부제 함유량이 높다. 그라운드플랜의 마스크 팩은 방부제를 넣지 않기 위해 시트지와 에센스 공간을 나눴다. 가운데 단추를 제거하면 에센스가 갑각류 키토산 원사를 사용한 시트지와 결합해 겔화가 된다. 팩을 사용하면 얼굴에 있는 중금속과 미세먼지를 배출해주고 영양과 리프팅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재구매율이 가장 높은 제품이다. 향후 그라운드플랜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며 온라인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까지 공략할 예정이다. 바가지머리의 시초인 엄마를 따라 하고 싶은 아이들의 소녀 감성을 지켜주고 싶은 김 대표는 메이크업 제품도 엄마와 아이가 같이 쓸 수 있는 천연 제품으로 개발 중이다.

김 대표에게 브랜드 리뉴얼과 그라운드플랜 런칭은 인생의 터닝포인트다. 브랜드 초창기의 설레임과 즐거움을 요즘 다시 느끼고 있다. 의류도 화장품도 욕심 내지 않고 즐기면서 고객들과 오래 함께 가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