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서는…] 디자이너들의 목숨, 누가 지켜주나

2016-09-08     김예지 기자

디자인 도용 제품으로 사업지원 기획서까지 제출하는 황당한 일이 터졌다. 이 사건은 지난 4일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 대표 SNS를 통해 알려졌다. SNS 내용은 이렇다. “차이킴의 철릭 원피스는 예쁘지만 너무 비싸 살 수가 없어 똑같이 만들어 SNS에 판매하고 있다. 반응이 좋아 아이들 것도 만들어 ’티몬‘에 저렴하게 판매할 예정이다.

철릭 원피스 이름은 사용할 수 없으니 ‘철익 원피스’로 하겠다.” 그 당사자가 의상을 전공한 디자이너라는데 할 말 자체를 잃게 한다. 무엇보다 전율케 하는 것은 카피를 넘어 이를 행정자치구 사업비 지원을 받기 위한 기획서 내용으로 버젓이 올리는 도덕적 상실이다. 김 대표는 “이런 생각 자체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는 분들을 보면 허탈하기 짝이 없다.”며 “항상 우리만의 디자인을 지키기 위해 대처하고 노력하지만 너무 당당하게 디자인을 도용하는 이들에게는 인식조차 되지 않나 보다”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같은 날 ‘아르케’를 전개하는 윤춘호 디자이너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배우 윤은혜가 중국 패션 방송에서 아르케 F/W 디자인을 도용한 것. 윤춘호 측은 “아르케 옷을 협찬으로 픽업해갔던 스타일리스트와 배우가 함께 만들었다. 그래서 더 확신할 수 있으며 소름 돋는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에 윤은혜 측은 “소매 프릴의 위치와 형태는 유행하는 트렌드를 접목시킨 것이다”며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윤은혜라는 이름을 도용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며 강력하게 표절을 부인했다. 지금껏 패션계에는 유무형의 디자인 표절논란이 불거져 왔다. 대부분 유야무야 종료가 됐지만 브랜드 캄퍼씨의 송승렬 디자이너는 ‘캄퍼씨 번개맨투맨’ 디자인 카피소송건으로 위메프와 스타일소싱을 상대로 재판을 진행 중이다. 위메프 측도 사과가 아닌 ‘흔히 있는 형태의 디자인이다’라는 비슷한 답변뿐이었다. 소셜커머스 빅3 중 하나인 위메프를 상대로 송승렬 디자이너는 자신뿐만 아니라 국내 디자이너들을 위해서 외롭게 싸우고 있는 중이다.

영세한 디자이너들은 매번 이러한 디자인 도용에 노출돼 있으며 적절한 법적 보호를 못 받고 있다. 소송을 진행 중인 송 디자이너의 판결도 예측하기 어려우며 보상에 대한 부분도 미미하겠지만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워주길 바랄 뿐이다. 1인 패션기업으로 디자이너 브랜드는 차별화된 디자인이 목숨이자 무기지만 아마도 표절 의혹 제기조차 해보지 못하는 디자이너도 많을 것이다. 안타까운 업계 현실이지만 한국 패션의 밝은 내일을 위해 패션 기업들의 양심적인 페어플레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 외롭게 싸우고 있는 그들에게 진실은 언젠가 승리할 것이라며 응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