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타결…韓 섬유산업 영향은? - 對미·EU 수출 걱정없으나 국내 생산기반 ‘큰 타격’
위기의 경기북부 편직·염색업계, “TPP 가입 시급”
2016-10-12 정기창 기자
지난 5일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타결됨에 따라 국내 섬유패션업계가 세계 의류 수출시장 변혁이라는 거대한 태풍에 휩싸였다. 특히 이번 협상 타결의 최대 피해 산업이 섬유패션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조속한 TPP협정 가입이 필수불가결한 선결과제로 대두되고 있다.반면 ▲2014년 기준 섬유류 원부자재 수입 비율이 82%에 달하는 베트남이 TPP 역내에서 이만한 물량을 조달할 국가가 없고 ▲섬유류 중 민감 품목은 10~15년까지 단계철폐 품목에 묶일 가능성이 높으며 ▲역외에서 생산되지 않는 원부자재에 대해서는 제3국 제품 사용을 허용하는 특례 조항이 있다는 점을 들어 찻잔속 태풍으로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8월5일 타결된 베트남·EU FTA는 한국산 원단을 사용해도 원산지 규정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에 EU 시장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다는 보완적 요소가 업계 위기감을 누그러뜨리고 있다.한국섬유산업연합회 김부흥 FTA지원센터장은 “한국이 TPP에 가입한다는 가정하에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TPP타결이 국내 섬유패션산업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중국과 한국이 베트남 원부자재 수입의 각각 48%, 19%를 차지했는데 TPP 역내에는 이들 물량을 소화할 국가가 없다”며 “일본은 이미 의류용 원사를 생산하지 않고 있어 우리가 일본과 경쟁할 가능성도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對베트남 원부자재 수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산 원단은 2중 3중의 안전장치가 있으므로 외형만 보고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문제는 TPP 효과를 노린 한국 직물 업체와 대형 벤더들의 베트남 투자가 빨라져 국내 섬유생산 기반이 공동화 될 것이라는 점에 있다. 현재 한세실업, 한솔섬유, 팬코 등 대형 벤더들은 베트남 현지에 제직에서 염색에 이르는 버티컬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고 아직 베트남에 진출하지 않은 기업의 신규 투자도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대표 염·제직 기업인 파카는 베트남 투자를 결정했고 최근에는 국내 섬유 중소기업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한국섬유염색산업공단(KTDIP)이 베트남 정부로부터 염색산업단지 조성 허가를 받았다. 한국기업 약 40개 업체가 입주할 수 있는 100hr(약 30만평) 규모의 부지를 마련했고 내년 8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이는 대형 벤더를 주 고객으로 하는 경기북부 편직 및 염색 업체들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북부 염색업체인 ㈜삼송 조재봉 대표는 “베트남에 버티컬 시스템을 구축한 업체는 TPP 원산지 규정 충족을 위해 한국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거래선을 돌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며 “한국의 TPP 가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원산지 규정이 관건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미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6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TPP 합의문 요약본에는 구체적인 원산지 규정이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번 TPP를 계기로 한국 섬유패션업체들이 값싼 미국 시장에 의존하지 말고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는 한편 양질의 바이어를 찾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중론이다. 김부흥 부장은 “값싼 매스마켓인 미국보다는 다품종 소량, 차별화와 고품질 시장인 EU 시장을 공략함으로써 우리 섬유패션산업 고도화를 이뤄야 하는 숙제가 남겨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