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서는…] 신상품 판매 막는 ‘블프’ 안된다

2016-10-21     정정숙 기자

절반의 성공. 정부가 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빅3 백화점을 비롯해 마트 등 대형유통사들은 웃었고 패션 업계 브랜드사들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10~11월 신상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데 고객들은 미리 세일 상품을 사 버려 신상품 매출이 오르지 않고 있다. 하반기 매출에 타격이 클 것이다.” 기자가 만난 패션 업체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우려 섞인 말을 토해냈다.정부 주도로 열린 지난 1일~14일까지 열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한 22개 주요 업체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94억원(20.7%)이 증가했고 기획재정부는 4/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패션 브랜드사는 작년 동기 대비 20% 이상 매출이 오른 업체가 상당수 있었다. 일단 소비심리 불씨는 살린 셈이라 정부는 매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점에 정부나 대형 유통사들이 한 번 생각해 봐야할 중요한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농부가 가을에 첫 수확을 거두는 시기처럼 대부분 패션업계에서는 10~11월이 FW신상품 출시로 정상가 매출이 높은 시기다. 업체 관계자는 “신상품을 팔아야하는 시기에 세일을 했기 때문에 정상가 판매에 문제가 생겼다. 재고가 또 다시 생기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감을 드러냈다.한 업체 관계자는 “백화점의 국내 패션브랜드 정상품 매출 수수료는 30~ 37%정도다. 그러나 세일 상품에 대해서는 백화점이 2~3%의 수수료를 덜 받는다. 업체가 할인으로 인해 남는 순이익은 별로 없고 매출 외형만 커질 뿐이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백화점이 업체당 할인 수수료를 5% 이상 낮춰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 이후 대형 유통사들은 연이어 세일에 들어갔고 앞으로 백화점 창립 기념일이 있어 세일로 인한 업계 재고 부담은 늘 것이다. 국내 유통 환경에 기반한 정책과 시기가 필요해 보인다. 세일이 패션업계 전체의 제살 깎아 먹기식 출혈 경쟁은 아닌지 정부와 대형 유통사들은 새겨들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