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서는…] 남자의 반란이 시작됐다
2016-10-26 이원형 기자
일주일 전 쯤이었던가. 백화점을 둘러보다가 모 해외코스메틱브랜드에서 제공하는 브로우바(눈썹 정리샵)에 젊은 남성 고객 한명이 차분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다소곳이 앉아 눈을 꼭 감고 있는 그의 모습이 왠지 인자한 부처상을 보는 듯 했다. 여기서 더 기이하고 충격적이었던건 옆자리에 나란히 앉은 중년의 아저씨였다. 다리털도 안 밀 것 같은 분이 눈썹털을 정리하고 있다는 생각에 의아했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백화점 직원들에게 남성고객은 더 이상 ‘가시오’가 아닌 ‘오시오’가 됐다는 사실이다.
일명 ‘그루밍족을 잡아라’가 대세론으로 굳어지면서 남성복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바버샵’은 이발소라는 개념을 벗어나 남성들의 사생활과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장소로 각광받는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클럽모나코 매장에 바버샵을 함께 구성한 ‘클럽 모나코 맨즈샵’을 열어 화제가 됐다. 현대백화점도 판교점에 정통 바버샵으로 이름난 ‘마제스티’를 입점시켰다. 마제스티는 영화 킹스맨에 나오는 듯 클래식한 하이엔드 감성을 살린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이발은 물론 영국식 정통 면도도 정성들여 해주는 서비스 덕분에 트렌디한 남성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 남성복 관계자는 “남성들도 이제 대접받고 싶어한다”며 “여성들의 쇼핑백을 들어주는 과거에서 벗어나 잘 차려입고 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그루밍족이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남성복 매출 비중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백화점에서 만년 하위권에만 머물러있던 남성복 조닝 매출이 올해 들어 40%를 넘기는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커먼그라운드, 홈플러스, 타임스퀘어 등 핫한 유통망들은 바버샵 팝업스토어와 피규어 마켓 등 각종 행사유치에 바쁘다.화장하는 남자를 상상하지도 못했던 과거에서 여자보다 더 꾸미고 싶어하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업계는 과도한 쏠림현상보단 유연하게 트렌드를 받아들이며 움직일 줄 알아야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변화는 있되 변함은 없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