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도 찾아 환호한 ‘실빛 음악회’ “이게 그 난타(드럼캣)야? 정말 잘하네”

산업종사자·주민·관광객 어우러진 최대 지역 축제로 지난 21일 낙산 공원서…1500여명 이상 인파 운집

2016-10-26     정기창 기자
지난 21일 서울 낙산공원에서 열린 ‘실빛 음악회’는 봉제인을 위한 축제가 지역 경제를 살리는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탈바꿈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행사였다. 올해로 2회째 개최된 ‘실빛 음악회’에는 작년보다 2배 이상의 많은 관람객이 모여 산업 종사자와 주민들이 어우러지는 명실상부한 지역 축제로서 면모를 갖추는 계기가 됐다.

특히 행사가 진행되면서 당초 예상했던 1000~1500여명을 넘는 많은 인파가 몰려 낙산공원 광장을 가득 채웠고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수 백명의 관람객은 공원 정상으로 이어지는 경사진 계단에 앉아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가을밤의 정취를 만끽했다.음악회에는 봉제종사자와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중국과 태국 등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여행객들과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족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현장에서 만난 중국 관광객 일행은 “한국에 유학하는 친구를 만나러 회사에 휴가를 내고 오게 됐다”며 “한국 여행 중 뜻하지 않게 좋은 추억을 갖게 됐다”고 기뻐했다. 데이트를 즐기던 한 커플은 “낙산 공원에 왔다가 우연히 공연을 보게됐다. 너무 잘 봤다”는 소감을 얘기했다. 이들 일행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지역민들도 처음 보는 전문 공연팀 퍼포먼스에 환호했다. 인근에 산다는 이종례(69) 할머니는 “이게 그 난타야?(실제로는 명보아트홀의 ‘드럼캣’ 공연) 정말 잘하네”라며 흥겨워했다. 이날 음악회는 전자바이올리니스트로 유명한 이하림씨의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6인조 여성 타악 그룹인 ‘드럼캣’과 이하림씨의 협연으로 분위기는 절정을 이뤘다.

이들 공연은 명보아트홀의 재능 기부로 성사됐다. 봉종복 명보아트홀 대표는 “최근까지 해외 공연을 하느라 공연팀들이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며 “오늘이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음악회 취지를 이해한 멤버들이 기꺼이 공연에 나와줬다”고 밝혔다. 봉 대표는 이날 김영종 종로구청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이어 마로니에와 심신, 여행스케치 등 가수들이 나와 칵테일 사랑, 오직 하나뿐인 그대, 별이 진다네 같은 인기곡들로 80~90년대 향수를 자극했다. 이들도 재능 기부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출연료를 대폭 낮췄다는 후문이다.작년 ‘제1회 낙산 실빛 음악회’ 산파 역할을 한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원장과 전상훈 놀라온오케스트라 대표도 자리를 같이 했다. 전 대표는 “내년에 (놀라온오케스트라 공연을) 한 번 더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세균 국회의원과 김영종 종로구청장, 김복동 종로구의회 의장을 비롯, 많은 지역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행사를 주최한 (사)서울봉제산업협회 차경남 회장은 “올 한해 메르스와 최악의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는 봉제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공연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봉제종사자와 지역민뿐만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문화상품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행사 뒷편에서는 새마을부녀회에서 나와 간단한 음료와 분식을 판매했다. 수익금은 전액 취약계층에 기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