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도박이 아니다…박세은기자
1999-10-14 한국섬유신문
유행을 선도하는 것은 정신적인 영향보다 눈에 보이는
비주얼한 이미지가 우선한다.
유행의 최전선은 패션이며 집단을 대표하는 것도 패션
이 먼저다.
미니,판타롱등 시대를 풍미(?)했던 유행모드에 이어 캐
주얼,유니섹스,잰더리스룩,복고,아방가르드까지 유행경향
의 생명력은 날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어느 순간 패션은 소비자와 동등하게 성장하는 것보다
시대적이며 정신적인 영향을 이유로 들어 우리를 앞질
러가버리기 시작했다.
세기말의 현상인가? 지루함을 못참는 민족성 때문인가.
외환위기라는 시대적 고통에 반항이라도 하듯 하루가
멀다하고 유행은 다른 사조를 앞세워 엎치락 뒤치락하
고 있다.
올여름 어느시즌보다 많은 신규브랜드의 출범이 이루어
졌다. 구조조정이라는 틀에 걸러진 재능넘치는 패션업
종사자들이 새로운 각오로 오랜 염원이었던 브랜드런칭
에 뛰어들었으며 소비구조의 파괴로 신업태의 태동이
끊임없이 이어지기도 했다.
일상을 파괴하며 자유롭고 싶은 젊은 여성층을 대상으
로 『아방가르드』가 떠올랐고 시즌이 지나기도 전에
페미닌한 아방가르드의 열풍에 반항이라도 하듯 이번에
는 베이직캐주얼브랜드의 런칭과 컨셉변경이 시도되고
있다.
패션종사자들의 머리싸움, 정보전쟁만큼이나 불꽃을 더
하고 있는 것은 말할것도 없다.
소소한 유통업체들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대형유통업체
들까지 쉬지않고 브랜드리뉴얼에 헌신적인 태도를 보이
고 있으며 브랜드의 경우도 시즌마다 전혀 다른 감성을
펼쳐내는 재주를 보이며 소비자를 당황하게 만들기 일
수다.
제아무리 유행은 변화라는 타고난 체질을 지닌 요물이
라 설득해도 요즘 패션의 변화무상함은 도가 지나치다.
뿌리가 없다. 진중히 한자리에서 한가지를 추구하기 보
다는 매일같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에 급급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말 이 나라 패션사조를 뒤돌아 볼 때 세기말의
불안에 집착한 유행풍조라는 한줄이 남게되지 않을까?
패션은 도박이 아니다. 집단을 대표하는 유행패션을
쫓는 것은 소수계층에 불과하다.
이제 소비자들은 민감한 유행성 패션경향보다는 진지하
며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패션에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
는 주장은 섣부른 판단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
다.
<박세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