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품, 대중의 잣대로 재서는 안된다…허경수기자
1999-10-10 한국섬유신문
우리는 다양한 상황을 접하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갈등
을 통해 자신만의 살아가는 기준을 정립한다.
자의식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유년시절에는 가정과
학교의 일률적인 교육에 의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되
지만 성장하면서 본인의 직접적 경험과 주위의 간접경
험을 통해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보
통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 첨단산업
시대에서는 개성의 획일화 현상이 나타나는 등 각자 추
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유사해지는 경향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집단주의 성향이 큰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분위
기와 관습의 잣대에 다가가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결국
대중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자신의 가치관을 접어두
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같은 잘못된 방법의 기준정립은 소외와 이기주의라는
단어를 크게 부각시켰고 대중과 다른방향으로 생각하는
부류에 대해서는 곱지않은 시각으로 바라봐야만 정상인
것처럼 보편화된 것이 사실이다.
사치품을 단적인 예로 드는 것이 가장 적절할 듯 싶다.
사전적 의미에 있어서 사치란 자신의 분수에 지나치게
치레하는 일체를 뜻하는 만큼 이는 극히 주관적인 의미
를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치는 대중들의 기준에 의해 그 여
부가 판정된다. 즉 얼마짜리 이상은 사치품에 해당하고
그 이하는 사치품으로 볼 수 없다는 식이다.
의류중 사치품하면 쉽게 떠올리는 것이 모피, 피혁의류
일 것이다.
비록 IMF이후 소비심리가 위축됐다고 해도 중산층 소
비자들은 아직까지 한 번쯤 구입해 보는 것이 소원일
정도로 구매심리는 분명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
들의 비아냥과 곱지않은 시각 때문에 심하게 위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사이래 최대 경제위기를 접하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
기 위해서는 이같은 집단 이기주의 의식부터 없애 개인
적인 건전한 소비를 활성화 시켜야 하는 것이 급선무
다. 씀씀이를 무조건 장려하자는 것은 아니다. 무분별한
남따라하기식 구입과 사치·낭비는 어떠한 형태로든 자
제돼야 함은 분명하다. 단, 사치든 낭비든 그 기준이 주
관적인 것인 만큼 본인의 판단에 맞겨져야 한다는 소리
다.
우리나라는 집단주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
다. 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를 우선시해 무조건 그에 따
르려는 위험한 발상이 결국 경제적 지위의 수직구분을
낳게하고 그에따른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하지 않았는
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허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