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섬유 생산 ‘자동화시대’ 열었다”
ECO융합섬유연, 세계 최초 개발…수작업 대비 생산성 10배 빨라
닥펄프 ‘수입대체 효과 및 지역 산업 발전’ 기대
단(團)·산(産)·학(學) 협동 기술적 개가 평가
2016-11-30 정기창 기자
한국이 세계 최초로 닥펄프(한지사) 자동화 생산 시스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ECO융합섬유연구원(원장 백철규)이 ㈜쌍영방적, 지리산한지(유), 전북대학교 등 8개 기업 및 대학과 연계해 개발한 자동화 시스템은 대부분 사람의 손에 의존하는 이전 방식과 비교해 생산성이 10배나 빨라지고 아울러 해외에 의존하던 닥펄프 수입대체 효과도 있어 큰 기대를 모은다.
닥섬유 제조는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특성이 있어 그동안 국내 소비량의 95% 이상을 태국 및 베트남 등 해외에서 수입해 왔다. 국내에서 생산된 닥펄프는 kg당 4~10만원까지 천차만별인데 반해 이들 해외 수입 제품은 1만3000원대 수준으로 최대 7배나 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해외 생산지의 인건비 상승으로 수입제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품질 좋은 닥펄프는 일본이 전량을 가져가는 반면 한국에는 3등급 이하의 저급 제품만 수입되고 있어 품질 저하 우려도 제기됐다.이에 따라 ECO융합섬유연구원은 2010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의 ‘닥섬유펄프 자동화 및 닥섬유사 제조기술개발 사업’으로 지난 5년간 총 63억원을 투자해 이번에 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개발 과정에서 무려 17건의 특허와 국내외 21건의 논문 등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국제 친환경 섬유인증(Oeko-Tex standard 100)도 획득했다. 자동화 시스템은 닥나무를 10㎝ 길이로 자르는 ▲절단, 닥나무 껍질을 벗기는 ▲박피, 가성소다를 넣고 끓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섬유를 부드럽게 하는 ▲증해 등 총 3단계 과정으로 이뤄져 한 사람이 10명 분량을 생산하는 효과가 있다.백철규 원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생산 가능한 양은 연간 20t 규모로 품질이 우수한 국내산 닥펄프 공급을 통해 전북도내 소비량(약 100t)의 약 20%의 수입 대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추후 자동화 시스템을 업체에 기술 이전하거나 장비 위탁 생산을 통해 국내산 닥펄프의 비중을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자동화 기기로 생산한 닥펄프로 티셔츠, 청바지, 침구류, 자동차 및 항공기 시트 등 다양한 시제품을 개발해 놓은 상태라 앞으로 활용 범위도 크게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원은 앞으로 물리적 특성이 우수한 기계한지를 개발하고 국산 닥섬유 원사를 이용한 고부가 의류 및 산업용 섬유제품 개발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이번 자동화 시스템 개발은 농가 소득 향상이라는 부수적 효과도 올리게 된다. 높은 인건비에 의존하는 산업 특성상 해외에서 대부분을 수입했지만 자동화 시스템 개발로 이제는 국내에서도 닥나무를 재배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ECO융합섬유연구원은 익산(25만주)과 전주(20만주), 안동, 원주, 의령 등지에 시범식재 사업을 통해 부족한 닥나무 원료 수급을 원활히 한다는 계획이다. 닥나무 재배는 벼농사보다 수익성이 높아 지역 농가 수익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1977년 979t에 달했던 국내산 닥펄프 생산은 지난 2008년에는 13t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