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윤정근 탠디 이사 - “구두는 과학…최초로 굽 변화 시도했죠”

고객 신뢰 잇는 지름길은 장기 투자·디자인력 강화

2016-12-01     정정숙 기자

한쪽 방에서는 탁탁 턱턱 타카(목을 박는 기계 nailing machine) 소리가 들리고 또 다른 쇼룸에는 신발 품평회가 열리고 있다. 매일 똑같은 일이지만 탠디가 성장하는 데 뿌리가 되는 사람들이 일하는 소리다. 지난 24일 기자가 찾은 서울 낙성대 탠디 본사. 본사와 바로 붙어 있는 공장건물 안에서는 저마다 신발 만드는 소리가 인터뷰 내내 새나왔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고객신뢰를 위한 장기적 이익을 먼저 챙깁니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당장의 이익을 높이려는 행사는 하지 않습니다.” 이날 공장에서 만난 윤정근 탠디 이사는 고객 신뢰를 위한 장기적 투자가 오늘날 탠디의 성공 원동력이었다고 했다. 탠디는 1979년 설립 후 뚝심으로 오직 한 길만을 고집한 구두장이가 만들어낸 회사다. 오로지 고객을 위한 소모품 무상 서비스와 디자인, 품질을 높여나가는 장인정신의 실천에 맥이 닿는다. “매일 20켤레 정도의 신상품 품평회가 열립니다. 정기수 회장님을 비롯한 디자인팀 등이 참석해 결점이 없을 때까지 다시 수정·개발합니다. 실밥하나, 0.5cm 굽 내리는 부분까지 정확하고 마음에 들 때까지 수십번 반복 작업을 합니다. 정기수 회장님은 작업하는 사람들이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실과 개발실 등을 오가는 문턱을 아예 없애버렸습니다.”윤정근 이사의 말에서는 탠디의 철저함이 묻어난다. 소비자 뿐만 아니라 직원에게 까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윤정근 이사는 18년 전에 탠디에 입사했다. 그는 매장 근무, 개발실, 영업부, 아울렛 등 모든 부서를 두루 거치면서 탠디의 성장을 지켜 본 사람이다. 탠디는 14년 전 소모품의 무상수리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약속했다. 그 약속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탠디가 AS를 위해 들이는 인건비와 원부자재 비용만 연간 100억원 선에 달한다. 윤 이사는 구두 디자인팀이 상품 굽을 1cm 단위로 다양화한 것을 두 번째 비결로 꼽았다.“지금이야 6cm 굽의 구두 디자인을 8cm 굽으로 교체해 신어도 볼과 구두 코 등에 변함이 없지만 그때만 해도 굽을 변경하면 볼이 안 맞거나 구두코가 똑같이 나오지 않았을 때입니다. 6cm 구두 굽을 신는 사람이 8cm 구두 굽을 신지는 않습니다.”탠디가 최초로 구두 굽을 2cm 단위로 차별화해 4, 6, 8cm 굽의 시리즈를 내놨다. 지금은 1cm 단위로 세밀하게 만들 수 있다. 탠디는 신발을 신었을 때 편안함을 주기 위해 각각의 굽 높이에 맞는 20여 가지 구두골(기본틀)을 다시 만들었다. 신발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구두골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고 다시 주문 제작 제작한다. 구두 굽을 바꾸면 체중이 쏠리는 하중이 달라져 구두골, 철형, 굽 등 모두를 바꿨다. 윤 이사는 구두는 과학이라고 강조했다. 탠디는 매년 그때그때 트렌드에 맞는 구두골을 교체하고 오래된 고두골은 버리면서 변화를 이어간다. 한해 쓰는 구두골만 100여 가지다. 윤 이사는 편안한 구두를 만들기 위한 기술력의 기본이 구두골에서 나온다”고 말했다.2001년도인 이 시기에 고객들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확 올라갔고 ‘탠디 신발은 뭔가 다르다’는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제화 업계 선두에 서기까지 밑바탕이 된 재구매도 이때부터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가죽 등을 사용해 100% 국내 수제화를 생산하는 탠디는 3~4년 전부터는 의류 트렌드에 맞춰 캐주얼 라인을 늘리면서 차별화하고 있다. 스포츠 운동화 창으로 쓰이는 ‘테크니컬 솔창’을 동업계에서 처음 가죽에 접목해 기술력과 트렌드를 함께 잡았다. 또 프리미엄급 남성라인 블랙라벨 등 다양한 패션 트렌드를 반영해 멋을 추구하는 젊은 층과 남성 고객을 겨냥해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

탠디는 젊은 소비자 니즈를 겨냥한 영한 디자인을 갖추고 본격적인 페이스북과 SNS 등의 온라인 홍보를 시작한다. 앞으로 문화마케팅을 통해 젊은 고객층을 확보해 동종 업계 선두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