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습병행제, 효과는? - 취지 좋지만…대상 직원들 전원 퇴사 ‘공염불’
교육에 현장 인력 빼내기 어렵고
당사자들도 의무교육에 큰 부담
작년 수혜업체 10곳 중 6곳 중단
2016-12-01 정기창 기자
근로자의 기업 적응력과 안정적인 직무 수행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일학습병행제 사업이 국내 대다수 섬유패션 업체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어 현장에 맞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작년에 선정돼 사업을 진행했던 수혜업체 중 대부분은 교육자들이 전원 퇴사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는 작년에 사업을 진행했던 기업 중 비교적 규모가 큰 약 10개 업체를 대상으로 사업 성과에 대해 문의했으나 이중 연락이 닿지 않은 4곳을 제외한 나머지 6곳은 교육자들 전원이 퇴사해 사업 중단 상태에 있다고 답변했다. 현재 사업을 진행 중이라는 곳은 단 1곳도 없었다.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1~5인을 대상으로 직무 교육을 시작했지만 대부분 몇 개월을 가지 못하고 중간에 사업이 좌초됐다.
대구의 유력 직물 기업인 A사는 작년 한국폴리텍대학을 통해 일학습병행제를 진행했으나 교육생 2명이 모두 퇴사, 현재 사업을 보류한 상태다. 또다른 B사는 5명을 신청했는데 이 회사도 5명 전원이 회사를 나가 버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교재를 만들고 직무교육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전원이 퇴사를 해 버려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 외에 나머지 기업들도 직원 퇴사가 원인이 돼 사업이 중단됐다.
현장에서는 기업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적 허점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체들은 내부 교육외에 외부 교육에도 직원들을 참가시켜야 하는데 제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특성상 이렇게 되면 생산 일정에 큰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C업체 관계자는 “회사입장에서는 외부 교육이 있을 때마다 직원 자질 향상을 위해 참가를 독려하는데 이 사업은 한번에 수 명을 빼야하기 때문에 인력이 빈 자리를 메꾸기가 벅차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섬유업종은 필요 인원이 10명이면 숫자에 딱 맞게 뽑아 쓰는데 여기서 2~3명이 빠지면 일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비교적 영세한 섬유패션 업종 기업은 사실상 사업 효과가 날 수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본지는 최근 기사를 통해 최소 20명 이상은 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제도적 보완점을 지적한 바 있는데 현장에서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직원들의 심리적 부담도 사업 진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모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교육시간이 너무 길고 일정이 빡빡해 훈련 대상자들이 교육을 기피한다. 교육자 본인이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대화를 해보면 (내외부적인 교육보다는) 일하는데만 신경쓰고 싶다”는 대답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 관계자들은 일학습병행제 사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현장에 맞는 제도적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에 언급된 모 회사 관계자는 “국가에서 직무 교육을 시켜주는 만큼 쳐지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다른 회사 관계자는 “교육을 통해 작업 능률을 올리고 직원들 정신무장을 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학습병행제는 현재 58개 기업이 참가해 있으며 이중 42개가 대구지역 기업이다. 작년까지는 한국폴리텍대학이 진행해 주로 대구를 비롯한 지방 기업들이 약 90%를 차지한다. 올해는 한국섬유산업협회가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지난 5월부터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2년 이내 입사자 또는 신규 채용 예정 근로자를 대상으로 6개월~4년 이내 범위에서 직무 교육을 받는 제도다. 교육 시간 동안 발생하는 업무 로스를 감안해 정부가 사업체에 1인당 최대 100만원 이상의 비용을 보조해 주고 있어 타 산업에서는 비교적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