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카피의 늪’에 빠지다

닮은꼴 패딩 아우터 디자인

2016-12-04     이원형 기자
국내 캐주얼 업계의 일부 패딩 아우터 디자인이 ‘거기서 거기’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며 빈축을 사고 있다. 국내 빅3 백화점 MD를 조사한 결과, 조닝 구분 없이 캐주얼 업계가 출시한 겨울철 패딩 다운 점퍼에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백화점 캐주얼 조닝과 온라인 홈페이지 상품을 비교 분석한 결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색상, 디자인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F/W 메인 아이템인 패딩 점퍼는 미디엄 기장에 박시한 실루엣, 실용성을 높이기 위한 빅 포켓으로 디자인됐으며 후드 부분에 털이 부착돼 있다. 소매 부분의 디테일이나 와펜의 위치도 평균적으로 비슷한 위치에 붙어 있다.
‘디스커버리’나 ‘노스페이스’ 등 유명 리딩 브랜드의 히트 다운 상품과 흡사한 디자인도 눈에 띄었다. 업계 모 디자이너는 “조금씩 차별화를 두려고 장식적인 요소나 지퍼 디자인을 달리 했으나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비슷비슷하다. 창의적인 디자인보다 지나치게 유행에 치우쳤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밝혔다. 카피 의혹이 강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한 브랜드 관계자는 “패션업계 관행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카피라는 문제 자체가 패션 업계에서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선구적인 디자인을 참고하고 응용하는 것 뿐 똑같이 카피했다고 판단하는 건 억지다”라고 일축했다. 브랜드들 간 디자인에 차별성이 없다보니 가격 싸움으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다. 특히 이번 F/W엔 날씨가 뒤늦게 추워지는 바람에 판매실적이 썩 좋지 않아 더 치열한 가격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체는 벌써 다운 패딩의 가격을 10만원 초반 대로 내렸다. 모 백화점 바이어는 “일반적으로 캐주얼 업계의 매출이 가장 많이 올라야할 때가 지금부터다”라며 “디자인 차별성보다는 가성비를 따지고 구매하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시기”라고 말했다. 일본發 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한국 진출 10년 만에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유니클로’가 유독 한국에서만 매출 고공 상승을 그리고 있는 이유는 베이직한 캐주얼의 진수를 부담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국내에 진출한 패션 업계 중 계절용 기능성 의류로 스테디셀러를 만든 건 유니클로가 유일하다. 업계를 바라본 한 전문가는 “더 이상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핑계대기 보다는 유니클로의 베이직감성에 대적할 자신만의 색깔있는 브랜드를 선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