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추석특수…이영희기자
1999-10-07 한국섬유신문
최근들어 패션업계에「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
언젠가부터 명분을 상실한 「추석특수」는 올들어 아예
소멸해 버린듯하다.
어디 그 뿐인가? 이맘때쯤이면 취업을 준비하는 사회초
년생들을 겨냥 각사별 면접을 위한 리쿠르트수트를 연
출해 판촉에 열을 올렸고 또한 결혼특수를 맞아 예복판
매전이 치열했었다. 이들 특수야 말로 정상판매를 하면
서도 고객과 어패럴社가 상호 메리트를 충족시킬수 있
는 특수였다고 본다. IMF한파라는 배경도 있었겠지만
몇 년전부터 피부로 체감되기 시작한 불황의 지속과 소
비심리위축이 서서히 「특수」를 소멸시켜가는 원인이
되었을것으로 본다.
올해 추석은 명절이라는 명분을 아예 상실했다. 추석이
면 어른들은 여기저기 인사치례하느라 등골이 서늘하고
허리가 휜다해도 아이들 설빔 한벌,가장의 새 양복 한
벌은 추석을 핑계로 무리없게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추석은 아동복매기마저 없었으니 소비심리가 위축
되다 못해 꽁꽁얼어 붙어 한점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서글프기까지 했다.
아이 설빔한벌값이 없어서가 아니라 앞으로 지속될
IMF에 대한 위기감에 아예 짓눌려 버린 것으로 풀이된
다.
사상 초유의 취업대란은 물론이고 인륜지대사인 결혼마
저 미루고 있는 말도 안되는 IMF체제에서의 가을은 이
래저래 특수를 말살시키고 있고 추석이후 10월 대란설
이라는 극도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최대의 성수기인 9월말과 10월은 이렇게 해동되지 않
고 있어 패션업계의 발을 동동 구르게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간절기개념도 사라진지 오래다. 9월 초순 초두물
량을 기획했던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잔뜩쌓인 재고를
처분하고 추석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무리한 세일을
단행했으나 때아닌 추석전 태풍은 「일기마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한탄의 소리가 절로 나오게 했다. 패
션업계는 정장을 판매해야 할시기에 뒤늦은 여름 단품
을 판매하는데 그쳤다고 하소연한다. 이제 서늘해 지는
가 싶더니 태풍이 오고 가을없이 추워진다니 고스란히
남겨진 초두물량은 그렇잖아도 자금회전이 어려운 업계
에 돈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업계는 앞으로 간절기 기
획은 아예 하지않겠다는 얘기다. 간절기역시 사라진 특
수의 하나로 남았다.
지금은 정답이 따로 없다고 한다. 강풍에도 유연성있게
몸을 누여 꺾이지 않는 갈대처럼,바싹엎드려 혹한을 견
디어 내는 인동초처럼 살아남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고들 말한다. 영원한 밤은 없고 새벽이 오기전에 어둠
은 더욱 칠흙과 같다고 한다.
사라진 특수보다 또다른 특수를 창출하는 보다 적극적
인 마케팅을 펼칠때다.
<이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