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정상 가동업체 95%, 현실로 만들자

2016-12-30     전상열 기자

95:5, 이 숫자가 뜻하는 것은? 비록 희망의 숫자지만 전체 95%의 업체가 정상적으로 가동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당장 50% 이하 가동률을 보이는 섬유업계 입장에서 볼 때 꿈의 숫자로 비춰진다. 문제는 어찌하든 이 숫자에 가깝게 가동률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당위론이다. 갈수록 섬유생산 인프라 공동화가 확대되는 마당에 현실성이 없다는 반론 또한 만만찮다. 만약 업계의 무게추가 반론 쪽으로 심하게 기운다면 섬유산업은 더 이상 생존의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다.

뜬금없이 숫자를 화두로 떠올리는 것은 다름 아니다. 대구경북이든 경기북부든 차이는 있을지언정 섬유산지의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무성하다. 공장을 돌려봤자 적자폭만 키우는데 아예 세우는 게 낫다는 풍조가 업계를 지배한다. 이는 결코 어느 순간의 일만은 아니다.

최근 2∼3년간 섬유산업에 드리운 불황의 그림자가 이제 도를 넘었다는 반증이다. 섬유수출의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면 결론은 더욱 자명하다. 우리 섬유산업은 수출로 먹고사는 태생적 한계에서 자유롭지가 못하다. 비단 섬유산업뿐이랴. 국내 산업 모두 수출의 호·불황과 무관치가 않다. 수출은 국민의 밥숟가락 양과 질을 가늠하는 잣대다. 수출 상황에 목을 매는 것은 인간의 1차적 욕구 생리적 욕구 충족과 맞물려 나간다.올해 섬유수출은 어떤 모양새를 그릴까? 한마디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동 산유국의 저유가 기조는 섬유수출을 가로막는 장애다. 유럽시장이나 남미지역 경제여건 또한 지난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섬유 수출 주력 시장 모두 불황 터널에 갇혔다. 여기에 수요를 넘는 공급능력 확대가 맞물려 나간다. 가격을 지키는 것은 엄두조차 못 낸다. 마치 아귀다툼하듯 무한경쟁을 예고한다. 중국과 충돌하는 섬유 품목은 대부분 적자다. 굳이 안도한다면 적자의 규모다. 우리 업체보다 중국 업체가 더 과부하 상태에 놓였다는 평가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결론에 닿는다.

높아져가는 수출절벽에
채산성은 바닥없이 추락
산지 가동률 50%이하로
중국 따돌리고 일본 따라잡으며
대만에서 배우는 선택과 집중 할 때

그렇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섬유업체마다 절벽에 직면한 수출 후유증 때문에 극심한 몸살을 앓는다. 당장 생산 공동화가 뒤따른다. 채산성은 바닥조차 가늠할 수 없다. 껍데기만 무성한 가동물량은 너 나를 막론하고 해외로 시선을 돌리게 한다. 이젠 물리적으로 생산설비의 엑소더스를 막는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는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 대부분 세운 공장을 돌리는 기회조차 잡기가 힘들다. 돌아가는 공장 또한 사정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니다. 생산설비 돌아가는 소리가 담벼락조차 넘지 못한다. 이웃 대만의 섬유공장은 잘만 돌아간다고 하는데…. 한국섬유산업이 고스란히 민낯을 드러내는 순간이다.병신년 올해가 섬유산업의 새로운 분수령으로 다가온다. 도약이냐 공멸이냐의 갈림길이다. 생산현장은 외통수에 몰렸는데 탈출구는 가늠조차 힘들다. ‘한국에 섬유산업은 없다’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째깍 째깍 대는 생존의 시침소리가 높아져만 간다. 궁즉통이라 했다. 모두 손 놓으면 결론은 공멸을 재촉한다. 당장 생산 영업 개발에 혁신의 메스를 들이대야 할 때다. 선택과 집중하는 통찰력의 혜안을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 찾는 게 요구받는다. 중국을 따돌리고 일본을 따라잡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 왕성한 대만의 섬유산업에서 길을 찾는 지혜를 모을 때다.

미래는 과거와 현재의 산물이다. 섬유산업의 미래는 현재의 토양을 어떻게 일궈나가느냐에 달렸다. 올해도 섬유수출의 절벽은 유난히 더 높을 듯하다. 손 놓고 있으면 절벽은 더 큰 절벽으로 다가온다. 절망과 탄식의 소리만 높일 때가 아니다. 연초부터 섬유업계에 특단의 결단을 요구하는 것은 다름 아니다. 늦었다고 자포자기에 머무르면 미래는 없다. 현재 상황을 새로운 출발의 총성으로 삼아나가는 순발력이 답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