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패션산업, 리테일 마켓으로 ‘급변’

2017-02-12     김임순 기자

패션MD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브랜드 매장 대신 편집샵이 뜨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패션MD 저자인 김정아씨 역시 일본의 예로 화답했다. 대기업도 메이저 유통도 ‘편집’을 부르짖고 나섰다. 멀티샵, 편집매장, 스페셜티 셀러 스토어 등 이름도 다양하다. 중국을 비롯한 국내외 패션업계에 패션MD는 화두가 됐다.

동 업계 가장 주목받는 책을 쓴 저자는 편집샵 스페이스눌을 성공적으로 키우면서 쌓아온 정보를 공개하며, 앞으로 더욱 진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 국내 패션시장은 독특하다. 뉴욕이나 파리 런던의 그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고객은 이제, 멋진 신발과 액세서리는 어디가면 살 수 있는지, 파리와 밀라노에서 참고할만한 매장은? 혹은 아이템은? 무엇인지에 대해 직접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거다.
편집매장은 브랜드가 아닌 스타일을 파는 스토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모노 브랜드 스토어의 전통적인 개념을 깨고 하나의 브랜드가 충족시킬 수 없는 다양한 감성을 여러가지 브랜드로 채워간다. 하나의 매장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에 맞춰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곳이 바로 편집매장이다. 국내 패션 유통업의 위기, 특히 명품 의존도가 높은 백화점의 위기가 시작됐다. 김 정아 작가는 브랜드의 시대가 지고 편집매장이 대세다고 강조한다.

기존 브랜드는 한계점을 맞고 있다. 브랜드 기본 방향은 잃어 가고 있는데 대안 찾는 것도 난제이다. 디자인부터 기획, 생산을 도맡아서 해줄 곳은 없을까? 내 브랜드를 대신해 줄 곳을 찾고 있다. 해외 공장을 뒤져서 더 싼 생산지를 찾는 것도 힘에 부친다. 브랜드 내부에서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으로는 한계를 느낀다. 이미 유통환경부터 소비자들까지 모두가 변화했고 원가절감은 절대 절명이 됐다. 백화점 위주의 패션유통망이 쇼핑몰 중심으로 변화했다. 몰은 점점 대형화되고 이미 매장을 채우기 어려워진 브랜드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동대문 바잉에 의존한다. 온라인도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소비자는 안방에 앉아서도 가격 비교 검색이 가능해 졌다. 글로벌 SPA는 소비자들을 더욱 급변시켰다. 해외여행은 물론 해외 직구가 편리해지면서 아이덴티티가 확고한 해외 브랜드들을 좋은 가격에 만나 볼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우리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한순간에 놓아버렸다. 하지만 브랜드들이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변화한 소비마켓을 잡아야한다.

대기업·메이저 유통, 멀티샵 강조
수입편집 매장, 돈 벌수 없는 구조

김정아씨, 스페이스눌 성공 노하우
브랜드 시대는 지고…직구 늘어


그래서 최근 편집매장을 위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기여를 목적으로 하는 편집MD전문사가 등장한다. 브랜드에서 가장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일부 상품의 기획과 디자인을 이곳에 맡기는 것이다. 브랜드에 맞춘 디자인을 진행하면서 일부는 외부 디자인 스튜디오에 의뢰하는 방법이다. 브랜드 색깔을 확고히 하는 것은 할 수 없기에 가능하다. 편집MD전문사는 매달 품평회를 연다. 자체 공장 라인도 갖췄다. 또 다른 전문사는 생산 프로모션과의 연계로 완제품 입고를 진행한다.

이들은 월별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예측한다. 트렌드와 기후, 명절이나 연휴. 문화적 배경 등 다양한 분석을 통해 해당 시즌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이를 토대로 시즌별 테마를 정해 본격적인 디자인을 진행한다. 어떤 브랜드라도 가능하게 만든다.브랜드별로 그에 맞는 분석을 진행하고 마켓 분석과 테마를 설정한다. 상황별로 적용해 그에 적합한 모델을 만들어 낸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 원하는 매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최근 중국 패션시장은 유럽, 일본, 한국 등과의 컨설팅을 통해 급속도로 발전 중이다. 오히려 한국이 더 느리다. 유통망과 소비자의 패션니즈에 집중해 시너지를 내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브랜드 마다 각자의 DNA를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 브랜드에도 다양성을 주어야 경쟁력이 생긴다. 패션MD사는 특정 브랜드 스타일에 국한되지 않는 좀 더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폭넓은 스타일의 상품을 제공해야만 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패션기업이 새 구조를 짜고 있다. 이는 일본 패션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먼저 시작됐다. 이제는 한 브랜드에 10~20명의 디자이너를 안고 갈 수 없는 구조다. 파리, 런던, 밀라노, 뉴욕, 도쿄, 코펜하겐과 스톡홀름의 편집매장, 주목해야 할 세계 4대 컬렉션의 페어도 숙지해야 한다.

온라인 채널은 전용상품을 패션MD사에 100% 맡기는 곳도 많다. 컬렉션의 일부 아이템을 진행하기도 한다. 유명 패션기업의 스포츠 브랜드 중에서 여성 라인 전체 상품 제작을 계약하는 사례도 흥미롭다. 업계 베스트셀러로 기록중인 김 대표는 책과 함께 편집매장을 운영하면서 성공한 스토리를 이같이 공개했다. 하지만 그는 수입 편집샵으로 돈을 벌수는 없다고 말한다. 패션MD, 우리브랜드에 브랜드색깔을 입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할 때임을 직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