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탈백화점을 부추겼나?
유통업계 구조 재정비, 체질 개선 시급
브랜드사들이 고수익을 올리는 채널이었던 백화점이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올 상반기 엠디 시즌에 앞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유독 탈 백화점을 선언한 내셔널 브랜드들이 속출했다. 과거 키 점포 입점 시 효율이 떨어지는 B,C급 점포 2~3개를 강제로 떠안아야 했던 관례도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이 이른바 수수료 혜택을 적용한 비제도권 브랜드들을 몇 년 전부터 우후죽순 입점시키면서 내셔널 브랜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력이 높아지면서 구매력 약화가 심화됐다. 비제도권 브랜드보다 10% 이상의 높은 수수료 적용과 매니저 수수료까지 더한 결과 패션사들은 수익 확대는 커녕 백화점 내 매장 유지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존폐 위기에 놓인 패션사들이 적극적으로 효율과 내실 챙기기에 나서면서 유통 채널 전략 수정과 백화점 입장 고려의 폭도 줄어 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MD 개편 시 백화점이 키 점포 입점을 위해 비효율 점포 2~3개 입점을 제안했지만 미입점을 고수했다. 추후 다소간의 불이익이 있더라도 출혈 입점을 감행하지 않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전 복종에서 올해 신규 브랜드는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일례로 여성복에서 ‘질바이질스튜어트’ ‘르윗’ ‘스위트숲’ ‘컬처콜’ 등이 줄줄이 백화점 영업을 포기했고 신규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온라인· 스트리트 브랜드의 매장 할애가 눈에 띈다. ‘마론제이’ ‘나인스텝’ ‘로미스토리’ ‘플러스에스큐’ 등 최근 2년 새 검증 받은 비제도권 브랜드들의 활발한 진입이 두드러졌다. 이들은 중단기 팝업부터 고정 매장까지 점포별로 다양한 입점과 한꺼번에 3~7개 신규 입점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 한 관계자는 “백화점 내 동대문 바잉의 2~3배수 브랜드들의 면적 할애가 높아지다보니 수익 보전을 위해 기존 브랜드들의 수수료 인상 카드를 빈번하게 내밀고 있어 업계 반발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4~38%의 높은 수수료가 적용되는 내셔널 브랜드들의 이탈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 내에서 통상적으로 고가 의류를 구매하는 주기와 소비패턴이 더욱 희석되고 있는 것 같아 반등을 위한 양질의 컨텐츠 개발이 시급해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백화점 패션 부문 매출의 실적 둔화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키 점포 중국인 관광객들의 협공 매출 거품을 거둬내고 타 점포의 자체적인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내수 고객 진작 전략과 시장 격변기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이미 고객들은 빠르게 다른 채널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이익 성장을 위한 대안마련과 가치투자의 기로에 놓였다. 선택은 유통의 몫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