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이 DOII 2016F/W SEOUL COLLECTION - 위트넘치는 팝아트적 무대, 흥겨움을 더했다
‘아트놈’ 호러시리즈 캐릭터, 로맨틱한 아이템과 럭셔리 소재에 접목
2017-04-29 이영희 기자
사랑스럽기만 하던 로맨틱한 소녀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다. 시크하고 도도하고 유쾌하고 당당하며 위트 넘치는 소녀 악당이 등장한다. 지난 시즌 축제의 퍼레이드를 연상케 하던 도이 컬렉션은 그녀가 한 풀이라도 하듯 모든 시도와 디테일과 화려한 컬러들이 다채롭게 펼쳐졌었다.
2016F/W 컬렉션은 디자이너 이도이와 그녀의 마니아들 모두가 흥겹게 즐기는 무대였다. “엽기적이고 다듬어지지 않은 내면이 있는 여자를 상상하며 의상을 준비했다”는 이도이 디자이너의 말처럼 심각할 것도, 기죽을 것도 없이 자신의 방식대로의 삶을 즐기는 당당한 여성의 모습이 위트넘치게 그려졌다.
특히 이번 컬렉션은 팝아티스트 아트놈(ARTNOM)의 호러 시리즈의 캐릭터를 접목해 흥미진진한 런웨이를 선보였다. 아트놈의 호러시리즈의 작품을 상영하는 것으로 시작된 런웨이는 시종일관 관람객들의 시야를 유쾌하게 했다. 특히 아트놈은 자신의 호러시리즈 캐릭터를 탈로 제작해 패션쇼 내내 앞자리에서 쓰고 앉아 시선을 주목시키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귀여운 캐릭터를 잔혹한 영상 ‘The lucky horror art show’라는 타이틀로 소개한데 이어 이도이 디자이너의 의상에도 접목돼 흥미진진했다. 럭키 호러 아트 쇼의 글씨를 붉은 색으로 새긴 캐주얼한 스웨트 셔츠 스타일의 원피스가 등장했다. 잔혹하지만 귀여운 캐릭터들이 더해 진 의상들은 오히려 럭셔리한 소재들과 믹스매치되면서 묘한 반전의 미를 제시했다.
클래식한 체크무늬는 조각조각 낸 뒤 오버사이즈 코트로 만들어 소녀의 분노를 느끼게 하는 가 하면 노란 페이크 퍼 점프 수트는 유쾌한 작은 악녀를 연상시키는 등 엽기적인 발랄함을 느끼게 했다.
동화속 작은 섬에서의 토끼, 파인애플 등의 모티브가 등장하거나 카니발의 축제처럼 다채롭고 찬란한 장식과 러플 등 디테일이 화려했던 지난 컬렉션에 이어 이번 패션쇼는 주관이 뚜렷하고 도도하며 위트넘치는 소녀 악당이 등장함으로써 이도이는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감을 보여주는 듯하다. 작고 귀여운 소녀의 엄마이기도 한 이도이 디자이너는 조만간 둘째 아이를 출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