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는 사양산업이다? 섬유를 잘 모르거나 섬유산업에 대한 내공이 약한 사람들이 자주 내 뱉는 말이다. 국내섬유산업도 교직물, 폴리에스터직물, 나일론직물, 화섬니트직물, 화섬복합직물 등이 주류를 이루며 국내 섬유산업의 입지를 지켜온 지 20~30년이 족히 흘렀다.
그러나 후발국들의 무서운 추격세에 신제품 개발행보가 더딘 까닭에 성장은 커녕 날이 갈수록 후퇴하는 폭이 커져만 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국내 섬유산업 생태계가 날개 없는 추락을 면하지 못 할 것이란 전망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몸을 보호하고 패션의 완성을 위해 옷을 입는다. 전통적인 섬유를 정의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섬유가 진화를 거듭해온 결과도 만만치 않다. 각종 첨단기능들이 섬유에 접목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물속의 난류를 제어할 수 있는 직물을 개발하는가 하면 물속 저항을 최소화한 직물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한국섬유개발연구원 자료).
원리는 이렇다. 물의 저항을 가장 많이 받는 부분에 실리콘 요철(후가공, 본딩, 라미네이팅 등)을 부여해 물속 저항을 최소화함으로써 수영 선수들의 기록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육지에서의 사이클 선수복도 마찬가지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직물개발이 이미 상용화에 진입했다. 일본과 미국에서 각각 이러한 특수직물로 제작된 유니폼을 입혀 기록을 분석해본 결과, 최고 10% 이상의 저항을 방어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수영복은 무려 12%나 저항력이 떨어졌고 사이클복 역시 3%의 공기저항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과학이 인간이 넘지 못할 기록을 갱신하는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96년 아틀랜타 올림픽, 2001년 복강 세계수영선수권대회,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등은 일본이 야심차게 개발한 상어피부를 응용한 직물표면 가공을 통해 선수들의 기록을 갱신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직물의 과학은 스키, 스키점프, 스카이다이빙 등의 스포츠에 응용, 기록을 갱신하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젠 유니폼에 따라 성적과 승패가 좌우되는 시대가 왔음을 알리고 있다. 특히 국내섬유산업도 이젠 첨단과학 없이는 생태계를 이어갈 수 없는 시대가 도래 했음을 알리고 있다. 사가공의 첨단화, 후가공 기술의 진화, 관련 설비의 진화를 비롯 기능성 화섬직물의 끝없는 진화는 벌써부터 섬유인의 가슴에 열정을 불어넣기에 충분할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