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눈, 다 정확할까…허경수 기자
1999-09-19 한국섬유신문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접하다보면 실업율 사상 최대치
기록, 소비자 구매심리 갈수록 위축 등 연일 어려운
경제상황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재차 거리를
다니다 보면 대부분의 젊은층 소비자들은 고가브랜드를
하나씩 걸치고 있는 상반된 현상을 자주 목격하게 된
다.
특별히 어느 분야라고 할 것 없이 의류부터 제화잡화에
이르기까지 눈에 띄는 브랜드 수효는 IMF 이전보다 더
많아진 것 같다.
젊은층은 경제의 어려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산다는 이
야긴가 ?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이렇다.
그들도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것은 매반 한가지.
단 걸치고 있는 이름있는 브랜드는 일명 「짜가」라고
불리는 카피된 제품이 대부분이다.
정기세일이나 균일가 행사중에 구입한 정품 브랜드 제
품도 있겠지만 카피된 제품의 수도 무시할 수 없는 정
도에 이른다.
브랜드만을 고집하는 소비자들이 구매심리 위축으로 정
품브랜드 구입에 어려움을 겪자 카피된 제품이 이같은
소비자 심리에 적중해 날개 돗힌 듯 팔리고 있는 실정
이다.
품질면에서 어찌됐건 우선 이름있는 브랜드를 싸게 구
입해 과시부터 해보자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허황된
구매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한 예라 할 수
있다.
즉 소비자의 상품 보는 눈이 정확해지고 있는 것이 아
니라 실속없이 허황된 자존심만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의 무분별한 브랜드 선호는 카피를 통한 불법유
통은 물론 고품질을 갖고도 브랜드 이미지가 없다는 이
유하나로 외면당하는 풍토 때문에 신규업체가 진출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패션업계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업체 스스로의 노력뿐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소비자의 노력도 절실하다.
업체들이 자율경쟁을 할 수 있는 터전이 조성되기 위해
서는 제품가격의 거품이 빠져야 되는 것도 급선무지만
동시에 소비자의 구매안목도 변화돼야 한다
선거를 할 때 후보자의 됨됨이를 살펴보기보다 당적을
우선시해서 선택을 결정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기본공식은 정치뿐 아니라 모든 선택의 기준이 돼야 한
다.
인지도 높은 브랜드만을 고집하기 보다 상품의 3대 요
소인 품질·서비스·디자인을 올바로 판단하고 식별할
수 있는 이른바 알뜰구매, 실속소비 등 소비자의 객관
적인 능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허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