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위산업법은 염색 가공 봉제만 국내서 이뤄지면 국산 인정
군복 원자재 국산 사용을 위해 섬유업계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군복 소재 완전 국산화를 위해 국회는 작년 관련 법 개정안을 올렸으나 이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현재 방위산업법은 국산을 우선 구매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국내에서 염색 가공 봉제만 하면 중국산 원단을 써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관련 규정을 변경해 원사와 원단 등 원자재까지 국산을 쓰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당시 국회 국방위 간사인 백승주 의원과 업계가 국방부 등과 수개월 협의를 거쳐 법안을 제출했지만 우선 순위에서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조사 결과 군 피복류의 국산 원사 및 원단 제품 사용을 의무화하면 연간 900억여원의 국내시장이 창출되고 640여명의 일자리가 생기는 효과가 있다. 업계는 지난 20일 성윤모 장관이 주재한 ‘제5차 포스트 코로나 산업전략 대화’를 계기로 관련 단체 및 업체들이 힘을 모아 군복 소재 완전 국산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화학섬유협회, 대한방직협회 등은 21대 국회가 출범하면 TF를 구성해 대응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업계와 같은 입장이어서 부처 협의 때마다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20일 산업전략 대화에서 성윤모 장관은 “국방 공공분야가 내수 진작에 앞장설 수 있도록 조기 발주 및 선대금 지급 등 관계부처간 협의에 속도를 높여 나간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성 장관은 이날 특히 “국내 섬유소재와 봉제산업이 안정적 일감을 확보하는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국산 소재 사용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관련 정부 부처 및 단체 움직임에 맞춰 업계도 대 정부 건의에 나서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구의 모 섬유업체 관계자는 지난주 청와대 국민청원에 군복 원자재 국산 사용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따르면 “현재 군인이 입는 옷은 중국산 원단을 쓰더라도 생산만 한국에서 하면 아무런 제재도 없다”며 “부자재도 한국산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구 섬유산업이 쓰러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이 입는 군복 자재만이라도 한국에서 생산된 원단을 사용하면 섬유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글은 사전동의 100명 조건을 충족해 28일 정식 청원으로 올라갔다. 6월 24일까지 20만명 동의를 얻으면 정부 및 청와대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연이어 ‘우리군은 우리옷(국산 원사·원단 사용)으로!’라는 청원도 국민 동의에 들어갔다.
한국화학섬유협회는 협회 홈페이지에 이들 청원을 독려하는 팝업창을 띄우며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협회 김진규 부장은 “우리 협회도 공식적으로 이 내용에 동의하는 입장”이라며 “원단뿐만 아니라 원사까지 국산을 쓰도록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역시 21대 국회가 개원하는 대로 관련 법 또는 방사청 훈령 개정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며 여러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TF를 갖춰 조직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섬산련 최준영 실장은 “국산 제품의 범위는 FTA 원산지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과 달리 올해는 여러 기관이 힘을 합쳐 새로 개원하는 국회 국방위 구성과 추이를 지켜보며 추진 방향을 잡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