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그램 - 흔적없는 산행문화 선도
2020년 국내 섬유패션산업계는 지속가능경영 출발 총성을 울렸다. 해외 섬유패션산업계를 빠르게 따라잡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효성은 2020년 국내 섬유패션계 첫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고, 작년 블랙야크는 유일하게 2019 UN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 최우수그룹에 든 의류기업이 됐다.
블랙야크는 원사 전문 티케이케미칼과 재활용 원사 의류를 개발하는 협약을 맺고, 제로그램은 10년간 흔적없이 자연을 누비는 백패킹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블랙야크 남윤주 마케팅 팀장은 회사 경영전략을 ‘친환경 패션이 아닌 지속가능경영’으로 압축했다. 2015년 친환경 브랜드 나우를 인수한 블랙야크는 ‘자연과 함께하는 아웃도어’ 기업으로 경영 방향을 바꿨다. ‘산을 잘 오르는 도구’를 만드는 아웃도어 산업 사이클이 끝나면서, 블랙야크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게 됐다.
지속가능경영은 전세계 기업들이 2015년 UN이 주도한 ‘17가지 지속가능개발목표’를 바탕으로 목표달성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뜻한다. 17가지 개발목표는 전세계 30개국이 합의한 환경 보호, 교육, 젠더, 위생 이슈 등이다.
올해 블랙야크가 시작한 사업은 친환경 제조 생태계 만들기다. 재활용 플라스틱 원사를 뽑아내기 위해 해외 PET칩을 수입하지 않고, 올해부터 국내 재활용 PET칩(K-rPET칩)을 사용해 옷을 만든다. 티케이케미칼이 국내 PET칩으로 원사 뽑기 기술을 개발했고, 지난 5월 이를 블랙야크에 공급하는 협약을 맺었다.
제로그램은 10년 전 국내에 흔적없는 백패킹(Leave No Trace) 문화를 들여와 친환경 가치를 알리고 있다. 제로그램 유상현 부장은 “처음에는 산을 잘 타는 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충돌이 있었다”며 “제로그램은 다녀간 흔적이 전혀 없는 백패킹을 알린다”고 밝혔다. 2030을 중심으로 시작한 LNT백패킹 문화는 2020년 5060까지 참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제로그래머 백패킹에서는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배낭을 준비해야 한다. 배낭 무게를 최대 6kg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침낭이나 방한용품을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제로그래머들은 라면의 모든 비닐을 미리 제거하고, 한 데 모아 가져가는 방식을 공유한다.
한국윤리적패션네트워크 이미영 대표는 패션계 지속가능개발목표를 지향하는 소규모 기업들이 진출할 판로를 개척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 대표는 처음 패션계에 발을 들였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소비자 인식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윤리적패션네트워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자체 제조시스템을 갖출 수 없다”며 “향후 지역봉제공장 목록을 작성해 지역제조를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끊임없이 주장해온 고려대학교 이재혁 교수는 “국내 대다수 기업들은 환경보호가 이윤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이를 회피하는 모양새다”고 지적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탄소배출량 감소계획 등 친환경 기준을 맞추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거나 거래를 끊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있다. 이 교수는 “CSR의 본질은 이해관계자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인식이 바뀐 소비자들의 구매의사결정율을 높일 전체적인 방안을 하루빨리 생각해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