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온은 무겁다. 기분 탓일까? 레이온 소재 옷을 책상 위에 올려 두면 액체처럼 자꾸 아래로 흘러내린다. 더 큰 중력이 작용하는 것이 분명하다. 아무런 가공 없이 찰랑거리는 드레이프(Drape)성을 나타내는 유일한 원단이 레이온이다. 왜 그럴까? 소비자들은 그 이유를 ‘레이온이 무거워서’ 라고 생각한다. 그런 느낌은 직관적이며 결코 착각이 아니다. 레이온은 방적사로 만든 원단이든 필라멘트 원단이든 예외없이 무거워 축 쳐지는 느낌이 든다. 정말 레이온은 다른 소재보다 무거울까?
어떤 물체가 ‘무겁다, 가볍다’ 를 나타내는 객관적인 수치가 비중이다. 같은 부피인데 더 무거운 물체는 비중이 큰 것이다. 비중은 물질의 밀도를 물을 기준으로 한 상대적인 비율로 나타낸 숫자이다. 즉, 1보다 작은 비중을 가진 물체는 물에 뜬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종 섬유 비중’ 표를 보면 식물소재인 셀룰로오스 섬유들은 비중이 비슷하다. 면이 레이온보다 오히려 비중이 크다.
그런데 면은 Drape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무겁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이 명백한 모순을 어떻게 해야할까? 이 문제는 대부분이 섬유와 실을 혼동하기 때문에 생긴다. 여러 가닥의 섬유가 모여 하나의 실이 된다. 그 차이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왜 혼동할까? 실도 하나의 완제품이 될 수 있지만 섬유는 언제나 반제품으로 우리는 일상에서 그것들과 만날 일이 없다. 그래서 둘을 동일시 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방적사를 생각해 보자. 방적사는 단섬유들을 꼬아 만든다. 섬유들은 서로 접촉하는 측면 마찰력만으로 잡아당기는 힘에 버티는 인장강도를 유지하여 실이 될 수 있다. 꼬임은 섬유내부 방향으로 압력을 발생시켜 측면 마찰력을 증강한다. 완성된 실내부의 섬유들은 다른 섬유들과 서로 맞대고 있지만 떨어져 있는 부분은 공기로 채워진다. 실 내부에 포함된 공기의 비율을 함기율이라고 한다. 즉, 함기율은 실 내부에 형성된 공간의 크기와 같다.
섬유장이 길어야 가는 실
면 섬유의 굵기는 원산지와 상관없이 어디나 비슷하지만 섬유장은 크게 다르다. 섬유장이 길수록 비싼 품종의 면이다. 같은 굵기라도 더 짧은 섬유로 만들어진 실은 긴 섬유로 만들어진 실보다 공간이 더 많으며 그만큼 함기율이 높다. 섬유장이 짧은 면은 굵은 실이 된다. 즉, 가는 실을 만들려면 섬유장이 길어야 한다.
면 4수는 공기가 75%
굵은 실은 가는 실보다 더 많은 섬유들로 구성되어 더 많은 공간과 공기를 갖고 있다. 따라서 태번수(太番手) 실이 세 번수(細番手) 실 보다 함기율이 더 높다. 실제로 태번수인 면 4수는 내부에 포함된 공기가 75%나 된다. 60수만 해도 부피의 절반이 공기이다. 하지만 극 세번수인 200수 정도 되면 공기가 30% 정도로 희박해진다. 당연히 실 내부에 포함된 공기가 적을수록 즉, 함기율이 낮을수록 실은 더 무거워진다.
패킹팩터(PF)
레이온은 모든 실 중 함기율이 가장 낮다. 이를 나타내는 객관적인 수치가 바로 패킹팩터이다. Packing Factor(PF)는 실의 비중을 섬유의 비중으로 나눈 값이다. 따라서 최대값 즉, 함기율 제로일 때 PF는 1이다. 1에 가까울수록 함기율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레이온의 PF는 면사의 2-3배나 된다. 즉, 면사는 공기를 레이온보다 2-3배나 더 많이 포함한다.
따라서 면사는 가볍고 레이온사는 무거울 수 밖에 없다. 레이온은 무거운 실로 만든 원단이라서 무거운 것이다. 레이온과 면은 섬유일 때는 비슷한 비중이었지만 실이 되면서 비중이 크게 달라진다. PF는 표면적과 반비례한다. 표면적이 크면 함기율이 높고 가볍다고 느낀다. 레이온사는 표면적이 가장 작은 실이다.
i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