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
패딩의 원조는 이불이다. 솜을 넣어 두툼하게 만든 이불을 덮고 자면 따뜻하다. 솜이불을 겨울 방한 의류에 적용한 것이 패딩 자켓이다. 이불과 패딩 자켓의 공통점은 두 겹의 원단 속에 들어가는 ‘충전재’ 이다. 우리는 그것을 솜이라고 부르지만 원래 솜의 의미는 목화였다.
지금은 목화 뿐 아니라 그처럼 생긴 식물성, 동물성 심지어 광물성 소재도 솜이라고 부른다. 동물성 솜은 실크나 모, 광물성은 유리 솜 같은 것이 있다. 그 외에 화학섬유로 만든 것도 형태만 갖추면 솜이다. 패딩 자켓에 들어가는 솜은 거의 대부분 폴리에스터가 사용된다. 간혹 가다 울(Wool)이나 다른 솜이 있지만 극히 드물다. 하지만 이불 솜은 면 외에 실크도 있고 양모도 흔하다. 이유가 뭘까?
소재
면은 열전도율이 높기 때문에 만지면 차가워 실내에서는 괜찮지만 방한 자켓에 적합하지는 않다. 겨울에는 아무리 두꺼워도 면직물로 만든 옷은 따뜻하지 않는 이유이다.
반면에 울(Wool)은 어디서나 온기가 느껴진다. 열전도율이 낮고 수증기가 액체로 바뀌면서 열을 내는 ‘흡착열’ 이라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온을 위한 패딩 자켓에는 당연히 목화 솜보다는 울로 만든 솜이 더 나을 것 같다. 하지만 면이든 울이든 패딩 자켓에 사용되지는 않는다.
열전도율을 감지하는 기관
추운 겨울에 공원에 있는 철이나 알루미늄 같은 금속으로 만든 벤치는 도저히 앉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갑지만 나무 벤치는 그보다는 훨씬 낫다. 왜 그럴까? 우리가 만졌을 때 차갑다고 느끼는 모든 것은 열전도율이 높은 물질이다. 즉, 나무는 금속에 비해 열전도율이 낮다.
열전도는 열이 이동하는 3가지 경로 중 하나이다. 어떤 물질이 다른 물질에 접촉하면 열은 온도가 더 높은 쪽에서 더 낮은 쪽으로 이동한다. 이것이 열평형이다. 살아있지 않은 것들은 주위 사물과 같은 온도이므로 체온이 언제나 37도로 유지되는 항온동물인 인간이 공원의 벤치에 앉으면 열전도에 의해 즉시 열의 이동이 일어난다.
열전도율은 이때 열이 이동하는 속도를 나타내는 정도이다. 즉, 열전도율이 높으면 열은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인체는 모든 물질의 열전도율을 알아내는 놀라운 감각이 있는데 냉점과 온점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물질과의 접촉으로 인체에서 빠르게 열이 빠져나가면 냉점은 ‘차갑다’는 감각으로 대뇌에 신호를 보낸다. 반대로 열이 인체로 들어오면 즉시 온점이 작동하여 따뜻하다고 느끼며 이동속도가 너무 빠르면 ‘뜨겁다’ 는 감각으로 위험 신호를 보낸다. 이런 인지능력은 즉각적이고 해석할 필요가 없어서 숫자보다 훨씬 더 직관적이며 효율적이다.
발열체를 위한 보온
사람은 살아있는 한, 끊임없이 발열하는 동물이다. 외부 온도와 상관없이 체내를 언제나 같은 온도로 유지해야 하며 그런 생물을 항온동물이라고 한다. 이처럼 인체는 계속해서 칼로리를 태워 열을 만들어내므로 합리적인 보온 대책은 열을 만드는 것보다 생산된 열을 외부로 빼앗기지 않는 것이다. 열이 내부 또는 외부로 이동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수단을 단열(Insulation)이라고 한다. 즉, 단열이 가장 중요한 인체의 보온 수단이다.
열의 이동
열은 전도, 대류 그리고 복사, 3가지 경로로 이동한다. 각 경로는 일정 조건을 만족해야 일어나는데, 전도를 통한 열의 이동은 반드시 접촉이 필요하다. 즉, 접촉이 없으면 열전도는 일어나지 않는다. 대류는 소리의 이동과 같이 열이 매질을 통해 이동하는 것이다. 공기나 물이 그런 매질에 해당한다. 복사는 특별한데 예외적으로 매질이나 접촉 없이도 일어난다. 따라서 보온·방한은 3가지 열의 이동 경로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다음 편에 2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