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내용증명 보내기도 했지만
2000만원 더 받고 가는 직원 못막아
‘사업 못해 먹겠다’는 말이 절로 나와
정부, 플랫폼 전문인력에 투자 늘려야
“주임, 대리 등 8명이 5년 새 대기업으로 이직했다. 이들은 채용공고를 보고 이직한 것이 아니다. 굴지의 기업에 영입제안을 받고 회사를 떠났다. 대기업들은 최소한의 채용 예의를 지켰으면 좋겠다. 대기업에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
기업들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중소 기업들은 수익률 감소로 인원감축 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 다른 한편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e커머스 플랫폼의 성장이 부각되고 있다. 플랫폼, 자사몰을 운영하는 기업은 바뀐 비즈니스 환경에 맞는 인력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고 중소기업은 있는 핵심 인재조차 지키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최근 기자가 만난 중소기업 임원은 “대기업들이 관련 직군의 2~5년차 직원들을 대거 빼 갔다. 최근에도 한 회사가 여러명의 직원을 몇 개월에 걸쳐 빼 가면서 상대 회사에 내용증명까지 보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그는 “대기업들은 ‘프로스포츠처럼 이적료’라도 주고 데려가야한다”고 했다.
그는 이 말이 현실성이 없고 누구를 탓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직원들이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 이직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10여년 전 고용노동부가 대기업이 중소기업 경력직을 뽑을 때 중소기업에 이적료를 내게 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보통 대기업이 3~5차 직원을 모셔 갈 때 기존 연봉보다 1000만원 이상 더 준다. 이 중소기업은 매출 80%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나온다.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매출이 곤두박칠쳤다. 핵심 인재를 붙잡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은 업무에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 기업만 그런 게 아니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 이후 더 심해졌다. 대기업이 기존 사업을 확장하거나 신규 사업에 진출할 때 중소기업이 공들여 키워놓은 핵심 인력을 빼 간다는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3년 사이 쿠팡의 C에비뉴, 무신사 등을 비롯해 W컨셉, 29CM, 에이블리 등 온라인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IT 개발자와 상품MD 모시기 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플랫폼의 전문 인력은 적고 수요가 많아지는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예전 굴뚝산업은 기능사의 타사 유출이 심각했지만 디지털 시대는 대형화되는 플랫폼, 자사몰에 전문 인력을 뺏기는 현상이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소규모 플랫폼을 운영하는 한 회사는 플랫폼부서 전 직원(임원 제외)이 2년 마다 교체된다. 2~3년 경력을 쌓은 직원들이 대규모 플랫폼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올해도 입사한 지 2년된 직원이 연봉 2000만원 더 받고 다른 패션 플랫폼사로 이직했다.
이 회사는 네이버, 무신사, W컨셉, C에비뉴 등에 직원들을 빼기면서 업계에 ‘플랫폼 사관학교’로 불린다. 이 회사 대표는 ‘사람 때문에 못해 먹겠다’ 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최근 인력 확보 경쟁이 심화돼 기존 연봉의 30% 이상과 과도한 인센티브 등을 올려주겠다고 약속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2010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폰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크게 늘리면서 중소 IT벤처기업들이 핵심 기술인력 유출로 홍력을 앓았다. 작년 함안상공회의소 박계출 회장은 ‘중소기업 기술 개발 인력 스카우트 방지 건의문’을 대통령과 국회의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인력 이동은 모든 기업이 겪는 현상이다. 그러나 과도한 인력 모시기 경쟁은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성장을 저해시킨다. 대기업이나 대형 플랫폼사는 채용 공고 등 최소한의 도덕적 예의를 갖춰야 한다. 자금이 있는 만큼 신입을 키우려는 노력도 기울여달라는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이 우수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