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라, 정산 서비스 연동돼 문제 없다는 주장
동대문 기반 온라인 플랫폼사들의 경영악화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온라인 시장 활황으로 외형은 늘었지만 매출이 늘면 적자폭도 함께 커지는 기형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뚜렷한 수익모델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했고 시장 혁신에도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투자를 통해 사세를 키운 동대문 B2B 온라인 플랫폼(신상마켓(딜리셔스), 링크샵스, 골라라)를 2편에 걸쳐 조명한다. 아울러 IT 기업으로서 혁신성과 수익 모델을 제대로 갖췄는지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회사 사정에 정통한 골라라의 전직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 들어 월 인건비로만 약 5억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변동이 없다는 가정하에 단순 계산하면 올해 인건비로만 총 60억원을 쓰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골라라가 지금까지 외부에서 받은 투자금은 52억원에 불과하다.
#202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신상마켓을 운영하는 딜리셔스는 작년 한 해 급여로 106억원을 지급했다. 4월말 기준 정직원은 작년 대비 41.9% 오른 237명이다. 작년 영업손실은 무려 140억원을 넘어섰다.
“골라라는 플랫폼 고도화가 필요하다. 현재 MD렌즈를 플랫폼에 연결한 수준으로 다른 곳과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다. 현재 플랫폼 수준이라면 많아도 10여명이면 IT인력으로 충분하다.”(전직 관계자)
골라라는 작년과 올해 총 52억원을 투자 받았다. 다른 비용은 다 제외하고 단순 인건비만 감당하기에도 빠듯한 수준이다. 다른 곳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매년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동대문 시장에서 온라인 플랫폼 버블이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본지는 가장 늦게 시장에 합류한 골라라의 입장을 들어봤다. 연간 거래액 및 해외 거래액(수출), 수익모델 등에 대해 문의한 결과 골라라 측은 “연간 거래액과 해외 거래액은 대외비로 회신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 회사는 그 동안 자사 솔루션인 MD렌즈를 통한 거래액이 연 1조원을 상회한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고 많은 언론들이 그대로 이를 인용해 보도해 왔다. 그러나 본지에는 이를 대외비라며 함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의문이 생겨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골라라가 수익모델이 부재한 상태에서 섣부르게 거래액을 밝히기는 부담이 됐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골라라가 그 동안 연 거래액이 1조원이라는 주장할 수 있었던 데는 작년 와이즈패션에서 인수한 MD렌즈의 거래 실적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입삼촌(도매 의류주문과 배송을 대행하는 사람)이나 소매상들은 MD렌즈를 주로 사입 및 송금/정산프로그램으로 쓰고 있어 MD렌즈의 거래액을 온전히 골라라의 플랫폼 거래액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골라라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도매와 소매 사이에 세금계산서를 온라인으로 처리해주는 정산프로그램은 IT기업이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만큼 기술적 차별화가 없어 향후에 수수료도 받기 어려운 구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골라라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정산 서비스가 연동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해당 서비스에서 발행한 거래 또한 플랫폼 거래액으로 집계된다”고 밝혔다. 수익모델과 관련해서는 “현재 운영중인 서비스별, 국가별로 세부적인 수익 모델이 다르며 기본적으로는 플랫폼 내 거래 수수료 및 프로그램 이용 구독료로 구성돼 있다”고 답했다. 또 마케팅적 측면에서 올해 10월까지 이용료를 지원하며 이후에는 마케팅 전략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 닷컴버블처럼 수익모델 없으면 파산 초래
전통적으로 사입삼촌은 동대문에 있는 2만여곳 도매 매장을 돌아다니며 (소매가 주문한) 신상품(반품 포함)을 받고 도매와 소매상에 수수료(물비, 월급 등)를 받는다. IT기업이 등장하면서 도소매 중개 플랫폼으로 신상마켓을 운영하는 딜리셔스가 11년 전에 먼저 등장했다.
작년 12월 기준 누적 거래액이 2조원을 돌파했다. 2015년 링크샵스가 동대문 플랫폼으로 첫 발을 딛었다. 2019년 당시 링크샵스는 월 220억원 이상의 거래액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작년 골라라는 해외 도매패션 플랫폼을 목표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IR 라이브 방송에서 박성민 골라라 대표는 “하루 1000억원이 오고가는 30조원 동대문 시장이면 골라라를 300조의 가업가치가 있는 기업으로 키울 수 있다”며 “창업 초기는 100억원 적자까지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동대문 내의 해외에이전시 역할을 온라인으로 한다”며 기업 역할을 소개했다. 이후 MD렌즈를 인수하면서 국내외 시장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변경했다.
2000년대 닷컴버블 붕괴는 제대로 된 수익모델을 창출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수익모델보다 가입자와 인터넷 트래픽을 늘려 투자를 받고 인지도를 높여 상장하는 것이 경영 목표였다. 올해 플랫폼 기업들은 국내 거래액 높이는 데만 주력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8일 발표한 ‘2021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플랫폼 기업수는 1078개사이며 매출은 69조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특히 해외매출을 일으키는 국내 플랫폼 기업(4352개사)은 2.7%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동대문 B2B 플랫폼 3사의 경우도 대부분 국내 서비스에 국한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의 민족이 라이더 없이 클 수 없는 것처럼, 동대문도 사입삼촌이 플랫폼처럼 중개역할을 하고 큐레이션(반품처리, 구매) 역할까지 한다”며 “플랫폼도 사입삼촌이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도 사입삼촌을 통한 상품 구매와 수기 장부 및 현금 결제 등 아날로그 방식의 거래형태가 개입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