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스태그플래이션까지
가계 소비와 기업 일자리 창출 체계가 우선
기업 움직이게 하는 것이 최선의 정부 정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하향한 반면에 물가상승률은 4.8% 상향 조정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곡물 및 원자재 폭등으로 물가상승률이 확대돼 에그플래이션이 고착화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소비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그 간 산업 전반에 깊숙이 파고들었던 코로나19 여파는 아직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서민 경제와 직결되고 있는 금리, 전기료, 교통비 등이 줄줄이 인상되거나 인상될 예정이라서 한국의 경제는 풍전등화에 놓여있다.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물가상승에 따른 인플래이션이 스태그플래이션(경기침체속의 물가상승)으로 악화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렇듯 우크라이나 사태의 나비 효과는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전체가 한 개의 기업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필요하다.
유기적인 움직임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 정부 주도로 소비와 일자리를 창출하기보다는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체계로 변해야 한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동안 정부 중심 정책이 추진됐지만 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되면 정부 정책의 실패가 곧 국가 경제의 위기로 흔들리게 된다.
우리나라 내수시장의 경우 IMF 이전부터 규제가 조금씩 시작되다가 IMF 이후에 규제가 본격화되었고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규제 강도가 점점 강해져 20대 국회에서는 전 세계에서 볼 수 없는 규제 입법들이 난무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규제를 풀고 기업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현시점에 나오는 것이다.
지나온 5년 동안 규제를 통해 대기업의 확장을 둔화시키는 정책 일변도였다면, 앞으로의 정책은 대기업의 성장을 바탕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의 상황은 IMF,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더 위기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어려운 상황들은 회생할 수 있는 방법과 기회가 주어졌으나 현재의 위기는 과거처럼 녹록치 않다.
적극적인 대응과 발빠른 대처가 없이는 국가와 모든 국민이 기나긴 고통의 시간에 빠질 수 있다. 우리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잊으면 안 된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일본의 고도성장은 강력한 정부 정책을 통해 이루었으나, 잃어버린 20년 또한 아베노믹스를 기반으로 한 정부의 강력한 통제 정책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나쁜 생각이라고 치부하는 현상부터 없어져야 한다. 정부는 포용 정책을 통해서 다른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반영할 수 있는 준비가 돼야하며,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을 가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양분화되면서 갈등이 격화되는 국면으로 가고 있다. 지나온 5년 동안 우리나라는 보수, 진보의 사회적 양극화, 가진 자 못 가진 자의 계층적 양극화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양극화 국면이 현재와 같이 지속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뿐만 아니라 IMF와 2008년의 경제위기 때보다 더 큰 위기에 봉착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갈등을 해소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IMF 때 금 모으기 운동은 진보, 보수, 가진 자, 없는 자를 막론하고 민간이 주도돼 위기를 극복한 사례다. 수출 경쟁력 확보(?)와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이 맘껏 뛸 수 있도록 정부가 밀어주고 나서지 않아야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그게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