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원단 개발로 소재 다양성 높여
‘친환경’이 무기처럼 쓰이고 있다. 조금 안 예쁘고 심지어 더 비싸도 친환경 딱지가 붙은 제품을 사줘야 지구가 지켜질 것 같다. 허술한 만듦새와 디자인 역량 부족을 ‘친환경 스타트업’이란 설명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업체들도 있다. 지속가능성과 ESG가 트렌드로 떠오를수록 진심이 담긴 노력과 유행에 편승한 마케팅을 구분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 스포츠브랜드를 표방한 ‘더그린랩’이 런칭했다. 더그린제너레이션 임채훈 대표는 소재, 생산과정, 제품 퀄리티까지 브랜드의 모든 영역에 친환경적 가치를 담아 패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증명하고자 한다. 지구를 망가트리지 않는 패션이 가능하다고 굳게 믿는다.
가치소비 추구하는 MZ 타깃
임채훈 대표는 패션계를 안다. 상품기획부터 영업·마케팅총괄까지, 25년 동안 패션업계에서 산전수전 겪으며 역량을 쌓았다. 동시에 1년에 70일은 산에서 보내는 열렬한 등산마니아이자 자연애호가로 꾸준히 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곤란하게도 패션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지구에 악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다. 매일매일 쌓이는 재고와 버려지는 폐기의류는 임 대표에게 막막한 채무처럼 느껴졌다.
신세계인터내셔널, 카파, 롯데GFR 등 유수의 패션기업에서 근무하던 시절, 임 대표는 자기 자리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가능한 일을 찾고자 했다. 옳은 방향임은 명백했으나 구체적인 방법을 찾기는 어려웠다.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가치를 실현하려면 실무자 개개인이 아니라 브랜드 차원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했다. 결국 임채훈 대표는 거대한 기업의 톱니바퀴가 아닌 망망대해의 선장으로 자신의 역할을 정했다. 더그린제너레이션이라는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기업을 만들고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스포츠 브랜드 더그린랩을 런칭한 것이다.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는 정말 힘들었어요. 경영적인 시행착오도 많았죠. 오랫동안 힘을 합쳐온 동료, 직장생활의 경험과 인맥들이 큰 버팀목이 됐습니다.”
지속가능한 패션으로 지구를 지키자는 뜻을 공유한 사람들의 회사, 더그린제너레이션의 첫 업무는 원단 개발이었다. 제대로 된 친환경 스포츠웨어를 제작하기엔 기존 시장의 소재 다양성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다. 물량은 적고 품질 기준은 높으니 대부분 공장에서 손사래를 쳤다. 끈질긴 노력 끝에 임채훈 대표는 브랜드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들을 찾아냈다. 과거 협력사들이 앞장서 도와주는 등, 그간 패션계에서 쌓아온 인프라도 큰 역할을 했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손효민 부대표는 “성실의 아이콘인 임 대표를 믿고 가치가 명확한 일에 몰두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며 고단했던 창업 과정의 소회를 밝혔다.
결국 더그린제너레이션은 폐플라스틱 원사 ‘리젠’, 생분해성 친환경 옥수수원단 ‘소로나’로 자체개발한 기능성 원단들과 이를 활용한 기능성 스포츠웨어까지 총 3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 소재들은 더그린랩의 다채로운 스포츠웨어로 제작돼 지난 13일 자사몰을 통해 출시됐다.
‘K 에코’로 글로벌 친환경시장 공략
“키 컬러는 그린과 핑크입니다. 친환경을 상징하는 녹색과 최신 유행색인 마젠타 핑크를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글로벌 트렌드를 동시에 담았습니다.”
지속가능한 패션은 어렵다. 과도한 마케팅 없이도 팔릴 만큼 매력적이면서 소재·공정·패키지까지 모두 친환경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동시에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내구성과 완성도가 뛰어나고 쉽게 질리지 않는 개성도 갖춰야 한다.
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더그린랩’이 선보인 제품들은 어디서나 멋스럽게 어울리는 스포츠웨어다. 자체개발한 소재를 사용해 흡습속건, 스트레치 등 운동에 적합한 기능성을 갖췄고, 애슬레저나 고프코어 유행에 맞춰 일상에서 다양하게 코디할 수 있다. 프로세스를 간소화해 ESG의 의미를 살리면서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고, 산학협력을 통해 디자인 차별화에 주력했다. 운동에 관심이 많고 친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에게 소구할만한 제품이라고 확신한다.
“자사몰과 여러 친환경 플랫폼에서 더그린랩 제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입어보면 확실히 소재가 다르구나, 납득하실 겁니다. 친환경 트렌드에 국한되지 않고 제품 신뢰도를 바탕으로 꾸준히 재구매하는 브랜드가 목표입니다.”
제품경쟁력을 기반으로 임채훈 대표는 오는 봄, 동남아와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또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픈 열망도 크다. 현재 더그린랩은 매출의 1%를 환경보호단체에 기부한다. 브랜드가 자리를 잡는 데로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며 그들을 위한 일자리도 창출할 계획이다. 지구와 다음 세대에 도움이 되는 패션, 더그린제너레이션의 꿈은 이토록 명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