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보 사실처럼 답변 ‘할루시네이션’ 현상
텍스트에서 이미지, 음성, 동영상까지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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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체험 없는 진짜와 똑같은 가짜 난무
인간이 해내는 것들에 ‘가치’·‘존엄성’ 부여해야
“세종대왕이 맥북을 던진 사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하여 ChatGPT는 “세종대왕의 맥북 던짐 사건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일화로, 15세기 세종대왕이 새로 개발한 훈민정음의 초고를 작성하던 중, 문서 작성 중단에 대해 담당자에게 분노해 맥북프로와 함께 그를 방으로 던진 사건입니다.”라는 답을 내놓는다(조선일보 2023.03.05.). 이런 엉뚱한 답변을 ‘인터넷 밈’이라고 하며, 인공지능이 잘못된 정보를 사실인 양 답변하는 현상을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이라고 한다.
ChatGPT는 OpenAI社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으로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학습하는 대형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로 만들어졌는데, 구조적으로 100개의 레이어(layer)에 1000억 개의 뉴런(neuron)이 있으며, 100조 개의 연결(connection)이 존재한다. 현재 26개 언어를 지원하며, 한 번에 52쪽 분량의 2만5000단어를 입력하여 질문할 수 있다.
1997년 필자가 박사논문으로 개발했던 인공신경망은 고작 3개의 레이어에 91개의 뉴런이 있으며, 178개의 연결로 구성되었다. 실제 지능을 갖는 부분인 연결의 수가 178개 대 100조 개로 당시와 오늘날의 인공지능을 비교한다는 것은 너무 민망하다. 당시 12대의 IBM PC/AT에서 3개월간 학습시켜 완성한 인공신경망은 지금 한 대의 컴퓨터로도 3초밖에 안 걸린다. 물론 당시의 인공지능(IBM의 Deep Blue)도 러시아의 인간 체스 챔피언(Garry Kasparov)을 이기는 혁혁한 전과를 올렸지만, 그다지 주목받지는 못하였다.
약 20년 후인 2016년 구글의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바둑 9단을 이겼을 때만 해도 세상은 깜짝 놀랐지만, 결국 인간은 알파고에게 명예 프로 九단을 수여하고 바둑계에서 은퇴시킴으로 인간의 위대함을 유지했다. 그때만 해도 인간은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후 고작 6~7년 동안 진화한 지금의 인공지능은 과학, 기술 영역을 넘어 우리 일상생활로 파고들고 있다. 실제 1980년대 등장한 인공신경망의 오류 역전파 알고리즘(Error Back-propagation Algorithm)은 거의 변한 것이 없다. 다만 막대한 데이터 용량과 스토리지, 무선통신 등 컴퓨팅 파워의 급속한 진전으로 과거의 이론이 오늘날 막강한 실재의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지난 4월 설립된 생성형 인공지능 동영상 플랫폼 PIKA가 55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창업 7개월 만에 3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대상은 ChatGPT의 ‘텍스트’에서 DALL-E, Midjourney 등의 ‘이미지’로, 때로는 ‘음성’으로, ‘동영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인간이 보기에는 다른 영역들이지만, 컴퓨터 입장에서는 그저 0과 1로 조합된 같은 디지털 코드들일 뿐이다.
바이런이나 셰익스피어 같은 대문호들이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한 고뇌의 깊이를 우리는 가늠하기 어렵다. 고흐 같은 걸출한 화가들은 그림 1점을 완성하기 위해 현장을 수없이 방문하고, 영감을 얻고 고뇌하며, 수년간 1점의 명화를 그린다. 그런데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시와 희곡, 그림은 채 1분도 걸리지 않는다.
거기에는 어떤 고뇌나 체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딥페이크(Deep Fake)라고 부른다. 진짜와 똑같은 가짜다. 그래서 이들을 구별하기란 불가능하다.
앞으로 우리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드는 수많은 딥페이크들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고, 인간이 생성해낸 진짜보다 인공지능이 생성해낸 가짜가 난무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이제는 딥페이크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정해야 한다. 인간이 해내는 것들에 비교할 수 없는 가치와 존엄성을 부여해야 한다. 현명한 인간이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인터넷 밈(Internet meme)이란 대개 모방 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 사이 전파되는 어떤 생각, 스타일, 행동 따위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