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65) 레이온에 대한 중대한 오해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65) 레이온에 대한 중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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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가장 시원한 소재는 비스코스 레이온 강연사로 만든 직물이다. 이태리타올이 바로 그런 원단으로 만든 것이다. 이 소재는 면접촉 대신 최소접촉인 점접촉으로 한여름에도 피부에 들러붙지 않고 열전도율이 높아 청량감을 주며 면보다 흡습율이 더 좋으면서도 값싸다. 
성분은 면과 동일한 100% 셀룰로오스이다. 무겁고 구김이 잘 생기는 점만 빼면 소재 그 자체는 나무랄 데 없어 보인다. 나무에서 유래한 재생섬유이나 천연섬유인 면과 같은 성분이니 합성섬유와 달리 생분해성도 있어 환경 친화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정말 그럴까? 

멀티컬러의 레이온 원사  iStock
멀티컬러의 레이온 원사 iStock

유럽인의 자존심
유럽에서 수세기동안 발전시키고 사용된 양모와 린넨을 제치고 귀족섬유로 나타난 두 고급 소재가 실크와 면이다. 프랑스는 한때 자국의 섬유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 면으로 만든 드레스를 금지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여성들은 밤중에 몰래 입었다. 동로마 제국의 황제 아우구스티누스는 3명의 승려들에게 왕복 2만8000km나 되는 먼 길을 걸어 3000년간이나 지켜온 중국 실크의 비밀을 캐도록 했다. 오랜 세월 유럽인들에게 고급소재는 아시아가 원산이라는 콤플렉스가 깔려 있었다. 그러다 영국의 코툴스(Courtaulds)가 최초로 생산한 비스코스 레이온은 성분은 면과 같고 외관은 실크를 닮은 놀라운 신소재였다. 
비스코스 레이온의 선풍적인 인기는 유럽인들의 구겨진 자존심을 세워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주기율표로 유명한 드미트리 멘델레프가 “비스코스의 승리는 과학의 위대한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세상을 면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이다”라는 말을 남길 정도였다. 
 
치명적인 제조공정
1941년, 나치에게 체포 당한 프랑스인 레지스탕스 끌로에는 프릭스’Phrix’ 라는 독일 북동부에 있는 한 섬유공장으로 강제노동을 배치 받았을 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군수물자를 만드는 공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프릭스는 ‘인조실크’ 라고도 불렸던 비스코스 레이온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그러나 출근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비스코스 생산 공정에 투입된 직원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초점 없는 눈동자로 언제나 비실비실했으며 주기적으로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었고 광기에 휩싸이거나 정신질환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었다. 현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간 직원들은 다시는 볼 수 없었다. 당시에 지어진 비스코스 레이온 공장은 영국 말고도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까지 확장되었다. Toyo Rayon에서 시작된 일본 레이온의 제조는 원진 레이온에 의해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생산을 시작하였다. 
 
이황화탄소
원소기호가 CS2인 이황화탄소는 두개의 황 원자 사이에 탄소가 이중으로 결합된 우아하게 생긴 분자이다. 하지만 이 가스를 지속적으로 들이마시면 인간의 신경계를 무력화시켜 영구적인 손상을 입히거나 돌이킬 수 없는 중증질환을 일으킨다. 비스코스 제조과정 중에 사용된 이황화탄소의 90%는 회수되지 못하고 대기 중으로 방출되기 때문에 문제다. 마침내 1980년, 이황화탄소를 사용하지 않은 레이온이 영국의 코톨스(Courtaulds)에 의해 생산되었으며 그것이 바로 텐셀이다. 이후 오스트리아의 렌징(Lenzing)도 동종의 라이오셀(Lyocell)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비스코스는 오늘날에도 대량생산되고 있지만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이황화탄소를 회수하는 제조업체는 오스트리아의 렌징이 유일하다. 모든 비스코스가 텐셀이나 라이오셀로 대체되지 못하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텐셀이 비스코스 보다 2-3배 이상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대나무 섬유도 비스코스
비스코스 레이온의 원료가 되는 나무는 어떤 수종이든 상관없다. 필요한 건 셀룰로오스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나무도 원료가 될 수 있다. Sustainability가 주요 이슈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신소재로 눈길을 끈 것이 바로 대나무 섬유이다. 녹차가 건강에 좋은 이미지를 가진 것처럼 겉은 초록색이고 까보면 눈처럼 새하얀 속살을 가진 청정한 느낌의 대나무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면처럼 농약을 주지 않아도 잘 자라고 ‘Bamboo kun’ 이라는 항생물질도 있다. 비료도 필요 없으며 비만 맞고도 잘 자란다. 하루에 60cm 자란 대나무도 있다. 이런 소재로 섬유를 만들면 이름만 들어도 청정하고 순수한 느낌을 불러온다. 물론 마처럼 대나무 줄기 자체에서 채취한 그대로 섬유를 만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99%의 대나무 섬유는 비스코스 레이온이다. 즉, 이황화탄소를 배출하는 섬유인 것이다. 비스코스 레이온이라는 소재 자체는 무해하다. 다만 제조공정이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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