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백억 이상 지원하고도 효과 실감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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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무관심·이해부족·조직력 한계 닥쳐
패션집적지 생태계에 맞는 지원책 필요
업계의 이목이 일제히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에 집중돼 있다. 그 사이 수년간 지속된 사드 타격과 코로나 19 및 경기불황으로 고초를 겪는 동대문 중소 상공인들은 소외된 사각지대에 서 있다. 중국 등 해외 고객이 급감했다. 링크샵스와 같은 동대문 플랫폼마저 문을 닫고 내수 경제 동력마저 말라버린 상황에서 국내 최대 의류패션 집적지 동대문 시장 상인들은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직구 플랫폼 알리와 테무가 저가 패션상품으로 습격이 시작됐다. 동대문 도매시장은 중국플랫폼의 습격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30년 이상 경력의 상인은 “동남아 시장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을 찾는다.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만이 살길이다”고 강조했다.
지난 몇 년간 여러 상가 대표와 상인들도 이구동성으로 “국산 원부자재 사용을 늘리는 메이드 인 코리아 인증 제품이 국내 소비자는 물론 해외 바이어 신뢰까지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증 제품이 해외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뻔한 대답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 요구는 절실하다. 동대문패션타운이 주도한 정품인증제 사업은 2020년 시작해 3년 정도 밖에 지속하지 못했다.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로 올해 사업 계획에도 빠졌다. 지난 2020년 서울시와 한국조폐공사가 총 1.3억원을 투입해 지원한바 있다. 업계는 공공의 무관심과 이해부족 및 상권의 조직력 한계를 이유로 꼽았다.
5년 전인 2019년 동대문 시장 규모는 우리 섬유패션 수출의 21%, 고용의 26%를 차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는 동대문이 2만여개 도소매점과 주변 7000여개 봉제공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계적인 패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나, 차별화된 전략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봤다.
지금까지 동대문 타이틀을 걸고, 정부 및 유관 단체 지원이 계속됐다. 서울시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부터 동대문 패션시장 활성화 5대 프로젝트에 몇 백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동대문 시장 활성화 1호 정책으로 내세운 ‘위드인24’를 비롯해 봉제생산네트워크, 마이스타일랩 등 5대 혁신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최소 몇 백 억여원을 투입하고도 정작 동대문 상인이나 원부자재 및 봉제 업체가 효과를 실감했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은 적이 없다.
왜 산업부와 서울시는 수 년간 동대문 살리기에 몇 백 억을 투입하고도 도매상인과 상가가 외면하고 지원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을까. 동대문 현장에서는 볼멘 목소리가 높다. 올해 5월까지 지난 6년간 회장직을 수행한 박중현 명예회장은 “관계자들은 동대문 패션타운을 위한 사업이라고 하겠지만, 절대 아니다”고 주장했다.
동대문 지원의 초점이 무엇인지 보자. 서울시는 당시 벤치마킹으로 삼은 것은 뉴욕시의 ‘매뉴팩쳐 뉴욕’ 사례다. 그러나 동대문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메뉴팩쳐 뉴욕은 그 출발점이 동대문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젠트리피케이션과 더불어 뉴욕에는 동대문패션타운 같은 섬유패션 집적지가 없었기에 가능했다”고 꼬집었다.
동대문 시장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B2C가 아니다. 도소매 비즈니스가 메인인 B2B가 일어나는 곳이다. 지원책도 달라야 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동대문 정책의 화살은 과녁을 빗나갔다.
기존 동대문 살리기처럼 B2C도 필요하지만, 도매와 연계된 사업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기존 정책의 실패를 인정해야한다. 외부 전문가에 의존이 강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새롭게 접근을 해야한다. 동대문 실태 파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상인과 상가 대표 등을 포함해 실태조사를 다시 해야한다.
새로운 시각에서 출발하기에 지금도 늦지 않았다. 성수동이 수제화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패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처럼, 동대문 시장도 다방면의 지원책과 함께 봉제공장과 원부자재 시장 등 의류 제조 인프라를 연계한 생태계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