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중 30%만이 60세 이상 인력을 고용 중이며, 정규직은 10%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면 정년을 65세로 늘리자는 국민여론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300인 이상 대기업 255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 결과, 60세 이상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29.4%에 불과했고 이 중 10.2%만이 정규직으로 계속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해 실시한 전국지표조사에서는 ‘현재 만 60세인 근로자의 법정정년을 단계적으로 만 65세까지 연장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84%에 달했다.
기업들이 만 55세 이상 중고령 인력을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이었다. 응답기업의 78.4%가 중고령 인력의 근무의욕과 태도가 기존에 비해 낮아졌다고 답했고 74.9%은 중고령 인력 관리에 있어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로사항으로는 37.6%가 ‘높은 인건비 부담’을 꼽았고 ‘업무성과 및 효율성 저하(23.5%)’, ‘신규채용 규모 축소(22.4%)’, ‘퇴직지연에 따른 인사적체(16.5%)’, ‘건강 및 안전관리 부담(15.3%)’ 순으로 뒤를 이었다.
한편 중고령 인력을 대상으로 효율적 관리·조치를 취했거나 검토 중인 기업은 61.2%로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33.9%)’, ‘중고령 인력 적합업무 개발(19.2%)’, ‘중고령 건강관리 및 근무환경 개선(12.2%)’ 등을 시행하거나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연공 중심적 인사관리제도와 기업문화가 여전하고 중고령 인력의 근로조건 조정, 전환배치를 위한 노조와의 합의가 필수적으로 작용해 중고령 인력 관리체계가 구축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중고령 인력의 고용 및 관리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이에 대비한 적합한 작업환경과 관리체계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절반이상이 인사적체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 중 53.7%가 “현재 승진지연 등 인사적체를 겪고 있다”고 답했으며, 해당기업들은 원인으로 ‘사업 및 조직 성장 정체 (40.1%)’, ‘직무가 아닌 연공 중심의 인력 관리(30.7%)’,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한 장기 근속화(27.7%)‘ 등을 꼽았다.
응답기업들은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력효율화를 위한 전환배치(25.9%)’, ‘직급제도 폐지 또는 개편(18.4%)’, ‘연공성 보상 감소 및 업적 성과 보상 확대(17.3%)’, ‘희망퇴직 등 특별퇴직제도 도입(13.7%)’ 등의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최근 연금개혁 시 연금수령연령에 맞춰 60세 이상 고용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대기업 내 고령인력 인사제도나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의 고용연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고용연장을 위한 직무성과중심의 임금체계로의 개편과 근로조건의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