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침묵의 봄이 찾아왔다
[오피니언 기고] 침묵의 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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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로 사라지고 있는 동물들
동물의 유·무해 규정 관점 바꿔야

지구 환경 공존하는 자연·사회체제
줄어드는 동물에게 더 큰 관심 필요

2023년 12월 개정된 야생동물 보호법에는 비둘기나 고라니 등 유해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지자체장이 제한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1년 뒤인 올해 말부터 적용될 이 법의 시행을 두고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유럽 여러 나라에서 비둘기에게 불임 먹이를 줌으로써 개체 수 조절에 성공한 사례를 들어 먹이가 부족한 야생동물을 정부가 학대한다며 비판한다. 

유해야생동물은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동물이다. 인간과 야생동물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환경부령에 지정된 유해야생동물의 종류와 유해의 유형을 살펴보면 사람들이 야생동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참새·까치·어치·직박구리·까마귀 등 텃새들은 도시민들에게는 특별히 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농작물이나 과수를 거두어야 할 농민들에게는 피해를 준다.

고라니·멧돼지·청설모·두더지 등은 일부 지역에서 서식밀도가 너무 높아질 경우, 해가 되어 일시적으로 사냥을 허가하기도 한다. 비행기 운항이나 군 작전에 지장을 주는 새들도 거추장스러운 야생동물이다. 분묘를 훼손하는 멧돼지나 전력 시설에 피해를 주는 까치를 반길 사람들은 없다. 

자연에서 야생으로 살아가는 동물의 서식지를 사람들이 침범했으니 동물로부터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 자기영역을 침범한 사람들에 대한 동물의 반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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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키운 야생동물이 피해를 줄 때도 있다. 군사정권 시절 국가 의전행사나 운동경기 개·폐막식 때 보기 좋게 날리곤 했던 비둘기들이 세월이 지나 애물단지가 되었다. 분변이나 털이 날려 위생상 문제가 되고, 문화재 훼손과 건물 부식 등 재산상 피해와 일상생활에 피해가 되는 집비둘기는 2009년 5월 유해 야생동물로 등록되었다. 

고양이나 개는 가축이 아니라 반려동물로 불린다. 가족의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사정으로 인해 돌봄을 받지 못하거나 버림받은 개나 고양이가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가축이 급격하게 야생화되었을 때 그 피해는 원래 야생동물로부터 입는 피해보다 훨씬 사회적 파장이 크다. 

야생과 반려를 구분하는 기준은 사람과 함께 사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인간사회 이해에 따라 유해 여부가 결정된다. 집비둘기와 고양이·개는 사람들이 필요해서 길러왔지만, 지금은 정부가 개체 수 조절을 걱정하게 되었다.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오직 사람들의 경제적 이해만으로 동물의 유·무해를 규정하는 관점을 바꿔야 할 때가 되었다.

사람과 동식물 및 광물까지 지구 환경 전체를 놓고 함께 공존하는 자연과 사회체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늘어나는 동물보다 줄어드는 동물에게 더 큰 관심을 보여야 한다. 전 세계 야생 조류가 줄어들고 있다. 2019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지는 1970년부터 2019년까지 50년 동안 북미에서 30억 마리의 새들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과학자들과 민간 단체에서는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다. 식물 개화 시기가 불규칙하면 새들이 봄철 번식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늘어날수록 꽃가루에 들어있는 단백질 함량이 줄어들어 곤충과 새들이 연쇄적으로 영양실조에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 

북미인들의 70% 이상 시민들이 자기 집에서 새들에게 먹이를 준다는 통계를 보고 재작년 겨울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새모이통을 설치했다. 초콜릿이나 설탕이 들어있는 빵류는 절대 피하고, 신선한 잡곡과 땅콩을 골라서 주었다. 
아랫집 창문으로 새털이 날린다는 불평 때문에 겨우 다섯 달 만에 그만두긴 했지만, 박새·직박구리·멧비둘기·어치 등 새들이 찾아와 날쌔게 먹이를 물고 가던 모습을 결코 잊을 수 없다.

그런데 올해 들어 아파트 단지 안에서 새소리가 일체 사라졌다. 드디어 내게도 찾아온 확연한 ‘침묵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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