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할 때 수세미에 꾹꾹 한 두 번만 짜면 되던 주방세제가 최근에는 4번 5번 혹은 그 이상 짜게 되었다. 이유는 거품이 잘 나지 않아서이다. 세제들이 친환경으로 대개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거품은 액체가 기체와 섞여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액체상태보다 표면적이 훨씬 더 크다.
세정력이 같다면 표면적이 더 큰 편이 기름 성분과 더 많이, 자주 접촉하게 되므로 세척이 더 잘된다. 즉, 거품이 많이 나는 편이 더 잘 씻긴다. 반대로 거품이 나지 않으면 세정력이 같아도 더 많은 세제를 사용하게 된다. 친환경세제가 환경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지만 확실한 것은 세제 회사의 매출은 두세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안동진의 섬유지식-
Sustainability가 전 산업에 파급되면서 패션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변화가 바로 비불소 발수제, 이른바 PFCs Free 제재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이를 미국 디자이너들은 C0(C zero) 라고 짧게 부른다. 처음에 그들은 거의 사활을 걸다시피 이 문제에 집착했다. 염색이 끝난 모든 원단을 시험실로 보내 불소가 잔류하는지 PPM 단위로 확인하였고 조금이라도 검출되면 선적을 금지 시켰다.
사실 잔류량 제로는 유럽기준보다 높은 것이다. 그들이 이 문제에 집착한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민감한 건강에 관한 사안이고 무엇보다 대대적으로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을 정도로 비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Sustainability 정책을 시작은 해야 하는데 비용 상승때문에 화학염색 같은 중대한 사안은 제쳐두고 가급적 저렴한 방향으로 간 것이다. 그렇다면 C0는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과도한 사용의 문제
불소 발수제가 좋은 점은 지극히 최소량만 사용해도 된다는 것이다. 불소화합물이 세상에서 표면장력이 가장 작은 물질이기 때문이다. 이를 예전에 사용하던 왁스나 실리콘으로 교체하면 두세 배 이상 혹은 훨씬 더 많은 양을 퍼부어도 그보다 열등한 수준의 기능만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세탁에 의해 탈락하는 속도도 훨씬 빠르다. 효율이 매우 나쁘다는 것이다.
C0를 사용하면서 공장이 부딪힌 최초의 문제는 바로 초크마크 Chalk mark 였다. 원단에 마찰이 생기면 남는 흰 자국이 그것이다. 그것은 원단에 너무 많은 양의 발수제를 처리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였다. 어떤 케미컬 이든 과도한 양을 바르면 이런 문제가 생긴다. 원래보다 두세배나 더 많은 양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비용을 지불할만한 능력이 된다 해도 분명 좋은 신호가 아니다.
발유가 안 되는 문제
원단이 물을 밀어내는 발수작용은 원단표면의 계면장력이 물보다 더 작기 때문에 나타난다. 그런데 대체물질인 왁스나 실리콘은 계면장력이 물보다 작기는 하지만 불소만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따라서 물보다 계면장력이 더 작은 알코올 정도만 부어도 밀어내는 효과가 없어져 즉시 원단에 스며들어 버린다. 하물며 알코올보다 계면장력이 더 작은 식용유나 기름 때 같은 성분은 말할 것도 없다. 발수만 되고 발유는 안 된다는 말이다. 즉, ‘방오가공’이 불가능하다. 맥도날드 조리사 유니폼이 아니더라도 일반 의류에 끼는 오구(汚垢)의 절반 이상이 기름 성분이다. 그 때문에 세탁할 때 비누가 필요한 것이다.
세탁이라는 치명적 문제
불소발수제는 세상에서 가장 계면장력이 낮은 물질이므로 알코올이나 혈액, 기름을 포함한 그 어떤 성분도 밀어내는 최강의 물질이다. 이런 만능 발유제를 옴니포빅Omniphobic 이라고 한다. 불소발수제를 쓸 때는 우리도 모르게 수많은 기름 때들이 옷에 달라붙지 못하고 제거되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비불소 발수제로 인하여 이전보다 훨씬 더 잦은 세탁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세탁은 Sustainability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Sustainability 3대 명제 중 하나가 ‘자원절약’이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수자원이다. 규칙적이고 잦은 세탁은 전통의 미덕이었지만 Sustainability 패러다임 하에서는 최소 세탁이 권장된다. 세탁으로 인해 떨어져 나오는 섬유 부스러기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소중한 수자원을 아끼고 물의 오염을 줄이기 때문이다. C0는 의류를 쉽게 더러워지게 만들며 따라서 더 자주 세탁하게 만든다. 불소화합물의 발암성문제는 임상적으로 전혀 확인되지 않은 문제지만 잦은 세탁이 미치는 영향은 통계숫자가 말해주는 확실한 팩트이다.
Greenwashing
그동안 잘 사용해오던 플라스틱 빨대가 왜 종이로 바뀌었을까? 첫째로 지적할 부분은 플라스틱 공해 문제에서 빨대가 차지하는 문제가 얼마나 되냐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 사용하는 수많은 1회용 플라스틱들을 생각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작은 문제인지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이 문제에 집착했다. 역시 발수제와 마찬가지로 가장 비용이 적고 소비자에게 보여주기는 좋은 아이템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종이 빨대 자체가 Sustainability에 기여하기는 커녕 환경을 더 해친다는 것이다. 원료가 나무라는 점, 내구성 때문에 처리되는 코팅제나 접착제 등을 감안하면 차라리 플라스틱 빨대를 잘 수거하여 Recycle 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 이런 것도 일종의 Greenwashing이며 비불소 발수제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