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죽보다 더 비싼 합성 가죽이 있다고 한다. 사실일까?
고급차의 인테리어나 좌석 시트는 천연 가죽으로 만든다. 고급 차일수록 더 좋은 양질의 가죽을 사용한다.
천연가죽이라도 등급이 있다. 몇 천만원이나 하는 자동차에 저렴한 돼지가죽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최소한 소가죽부터 시작하지만 소가죽도 등급이 있다. 나파 가죽은 소가죽이라도 더 고급이다. 하지만 가장 고가 소재인 양가죽은 시트에 적용하기 어렵다. 부드럽지만 너무 얇고 약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트에 가죽이 사용되는 이유는 직물을 그 정도로 두껍게 만들면 뻣뻣하고 거칠기 때문이다. 가죽은 두꺼워도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 그 이유는 가죽이 부직포로 형성된 원단이기 때문이다.
니트가 직물에 비해 부드러운 이유는 구성 원사의 자유도가 높기 때문이다. 즉, 원사의 꼬임이 적어 벌키하고 함기율이 높으며 원사끼리 접촉하는 면적도 작고 신축성도 있다. 하지만 직물은 반드시 경사와 위사가 교차해 결속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접점도 많고 원사끼리 서로 구속하여 자유도가 낮다. 그 중에도 교차접점이 가장 많은 평직의 자유도가 가장 낮은데 대신 가장 튼튼하다. 따라서 평직을 두껍게 짜면 나무토막처럼 딱딱해 진다. 캔버스 원단을 생각하면 된다. 따라서 직물은 두꺼워질수록 교차접점이 적은 Twill이나 Satin으로 제직한다.
니트는 부드럽지만 마찰에 너무 취약해 내구성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에 비해 부직포는 니트나 직물과 전혀 다른 원단이다. 부직포는 섬유를 실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가 없다.
니트나 직물은 먼저 실로 만들어야 짤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생산성이 너무 나빠진다. 건물을 지을 때 모래 알갱이를 쌓는 게 아니라 먼저 벽돌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부직포는 섬유로 되어있고 다른 섬유와의 규칙적인 3차원 교차 접점이 아예 없다. 두껍게 만들려면 그냥 많이 쌓기만 하면 된다. 가죽이 두꺼워도 부드러운 이유이다.
람보르기니 슈퍼카 내장재도 인조 스웨이드 왜?
그렇다면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의 내장재는 어떤 소재일까? 바로 알칸타라 이다. 놀랍게도 알칸타라는 천연가죽이 아닌 합성 가죽이다. 정확하게 ‘인조 스웨이드’ 이다. 자동차 시트 정도 소재가 직물이라면 매우 두꺼워야 한다. 두꺼우면 뻣뻣하다. 두꺼우면서도 부드러운 직물은 코듀로이나 벨벳 정도 뿐이다. 그래서 파일 직물인 벨벳 종류가 주로 사용된다.
람보르기니의 고민은 양가죽처럼 부드럽지만 내구성이 높은 가죽이었다. 그런 가죽은 존재하지 않는다. 충분한 내구성을 얻으려면 두꺼운 가죽을 써야 하는데 뻣뻣하다. 물소가죽으로 된 소파를 보면 된다. 알칸타라는 물소가죽만큼 두껍지만 양가죽처럼 야들야들하고 표면은 스웨이드 이다. 부직포로 어떻게 스웨이드를 만들었을까? 원래 인조 스웨이드는 해도사 마이크로 원사로 제직한 직물이다. 두껍게 만들려면 백킹 원단과 본딩해야 한다. 물론 본딩하고 나면 원단 자체는 뻣뻣하지만 표면이 부드럽기 때문에 소파 같은 가구용으로는 문제없다. 도레이(Toray)는 충분히 두꺼우면서도 야들야들하고 표면은 부드러운 질감이 나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융합했다.
먼저 소프트한 표면 질감을 내려면 마이크로 원사가 필요하다. 여기서는 해도사 마이크로 Sea island micro를 사용했다. 충분한 두께를 위해 펠트와 같은 방식으로 부직포를 만들되 충분한 내구성을 얻으려면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 그들은 섬유끼리 튼튼한 결속을 위해 바늘로 웹을 찍어 누르는 니들펀칭(Needle punching)기법을 사용했다.
다음 비밀은 가죽 고유의 쫀득한 질감을 표현하기 위한 함침 기술이다. 함침은 쉽게 말해 물에 설탕을 탄 다음 원단을 집어넣어 설탕을 섬유 사이로 함입 시키고 건조하면 설탕만 남게 되어 이른바 설탕 함침 원단이 된다. 여기서는 폴리우레탄을 함침 하였다. 스틸렌 섬유에 스판덱스 재료가 되는 PU를 함침하고 스틸렌은 날려 버리는 식이다. 결국 양쪽 표면은 브러시 된 스웨이드이고 중간은 스판덱스가 함침 된 스크림Scrim 이라고 불리는 튼튼한 폴리에스터 펠트로 구성되는 것이다. 그 결과로 독특한 질감을 갖게 된다.
가죽보다 오히려 더 좋은 내구성 때문
내구성은 오히려 가죽보다 더 좋다. 왜냐하면 폴리에스터는 흡습율이 0.1%로 물을 거의 흡수하지 않으므로 물에 닿으면 뻣뻣해 지고 썩는 가죽에 비해 절대 썩지 않으며 습도가 높아도 곰팡이가 생기지 않고 강도도 더 높기 때문이다.
알칸타라는 이태리와의 계약으로 도레이가 사용할 수 없는 브랜드 명이어서 그들은 울트라 스웨이드(Ultrasuede)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들은 발 빠르게 사용된 폴리에스터를 Biomass를 적용하는 한편 일부는 리사이클로 사용하여 지속가능성을 갖추었다. 특이한 것은 원착사로 만들었기 때문에 염색이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코오롱에서 샤무드( Chamud)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제품을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