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76) 원단은 왜 색이 변할까?
안동진의 텍스타일 사이언스 (76) 원단은 왜 색이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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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의 색은 변한다. 세탁 후에도 변하고 햇빛으로 인해 변하고 공해 때문에도 변하며 심지어 옷장 속에서도 변한다. 대체 왜 그럴까? 막을 수는 없을까? 색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변색은 어떻게 측정할까?

불변염색도 변한다
염색공장에서 각종 화학반응을 동반해 작업한, 이른바 불변염색이라고 해도 원단이 의류로 제조되어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 불가피하게 변색 또는 퇴색이 일어난다. 이에 따라 우리는 변색(Color Change) 또는 이색에 관심이 많다. 폭포수가 항상 아래로 떨어지는 것처럼 변색은 색이 옅어지는 퇴색(fading)을 의미한다. 만약 염색 후 색이 더 진해졌다면 폭포의 물이 위로 올라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즉, 엔트로피가 더 작아진 것이다. 

치명적인 이염
또 한가지 변색에 대한 우리의 관심사는 ‘이염(移染)’ 이다. 즉, 염료가 다른 원단으로 이동하여 원하지 않는 착색이 일어난 것을 말한다. 이염은 변색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일단 발생하면 이염이 일어난 쪽의 상품가치를 완전히 잃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모든 소비자는 변색이나 이염을 원하지 않지만 염색공정에서 이를 막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최소화를 위해 노력할 뿐이다. 
 
무변 무이염
이염이나 변색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는데 바로 화학염색을 하지 않는 것이다. Dope dyed가 그중 하나이다. Dope dyed는 화학반응 없이 섬유 내부에 무기안료를 삽입하는 물리적인 착색이다. 문신과 같다. 따라서 외부 환경 때문에 변색이 일어나지 않으며 더구나 이염은 불가능하다. Sustainable하다는 장점도 있다.

판정
결국 소비자는 이염이나 변색을 인정할 수 밖에 없으며 다만 너무 심하지 않도록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 된다. 이에 따라 변색/이염이 일어난 정도를 이색과 이염으로 1급에서 5급까지 10단계로 정했는데 5급은 비교하는 두 컬러가 완전히 같은 상태 즉, 변색/이염이 전혀 일어나지 않은 것을 의미하므로 5급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Lab 에서도 5급이라는 결과는 절대 주지 않는다. 결국 최고점수는 4.5급이 되며 가장 낮은 점수는 1급이다. 
 
그레이 스케일 

컬러가 다른 정도를 확인하기 위한 장치는 비교하는 두색상이 나란히 배치된 그림과 같은 카드이다. 원시적이고 종이로 만들어졌지만 매우 고가이다. 기준 색상을 회색으로 했기 때문에 Grey scale(표준 회색포) 이라고 한다. 이색(異色)은 색상차이가 나는 두가지 톤이 각각 다른 회색으로 되어있고 이염(移染)은 흰색 바탕에 회색 톤이 올라와 있는 카드이다. 이색의 이는 다를 이(異)이고 이염의 이는 옮길 이(移)로 서로 다르다. 이색 비교가 회색으로 되어 있는 것은 탈색에 대한 기준이므로 대체로 무난하나 이염인 경우는 그렇지 않다. 어떤 색상은 차분하지만 시선을 사로잡으며 뇌를 자극하거나 심장박동을 높이는 색도 있기 때문이다. 즉, 어떤 색은 많은 이염으로도 주의를 끌지 않지만 아주 작은 이염으로 선명한 자국을 남기는 색도 있다. 

​iStock​
​iStock​

눈에 띄는 색
인간의 시선을 가장 빠르게 사로잡는 색은 노란색이다. 노란색은 행복, 긍정, 낙관주의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노란색은 기쁨과 열정을 전달하고자 하는 많은 브랜드에서 자주 사용된다. 노란색은 또한 밝기 때문에 어두운 배경에 노란색 텍스트를 자주 볼 수 있다. 노란색은 특정 물체나 영역에 주의를 집중시키는 데 도움이 되므로 중요한 정보나 디자인을 강조하는 데 효과적인 도구이다. 예를 들어 노란색 표지판으로 위험을 알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염이 일어난 경우, 세탁으로 쉽게 제거될 것 같은 회색과 달리 연한 노란색은 생화학적으로 오염된 듯한 느낌을 준다. 

경고색
문제는 빨간색이다. 특히 흰색 바탕위의 붉은 색은 그 어떤 색보다 눈에 띈다. 인간의 혈액 색깔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붉은 색은 전형적인 위험 표시이며 경고의 표시이다. 인간의 신경을 긴장하게 하고 심장박동을 높일 수 있는 이유이다. 또한 붉은 색은 스펙트럼 중 파장이 가장 길기 때문에 가장 멀리서 볼 수 있는 색이다. 석양이 붉은 이유이다. 
 
그레이 스케일 문제
따라서 동일한 정도의 이염이라도 회색과 붉은 색의 이염은 차원이 다르다. Grey scale 에서 보듯이 회색 조 이염은 3급인데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붉은색은 최고등급인 4.5급 이라도 금방 눈에 띈다. 회색조는 경우에 따라 3급도 용서 가능하다. 하지만 붉은 색은 4.5급 이라도 용납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따라서 붉은색 이염을 Grey scale로 판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에 따라 붉은 색은 랩에서 판정할 때조차 비슷한 이염 수준이라도 불리한 판정을 받기 쉽다. 붉은 계통의 이염은 Red scale이 별도로 있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브랜드의 시험 표준에도 붉은 색의 이염에 대한 예외 사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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