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타일 사이언스(77) 세상에서 가장 질긴 섬유
텍스타일 사이언스(77) 세상에서 가장 질긴 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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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닥의 섬유로 만들어진 단 한 올의 실로 80kg인 사람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을까? 
영화 스파이더맨은 그런 상상으로 만든 만화에서 출발했지만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거미줄이 매우 강하고 질긴, 탄력 있는 섬유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거미줄은 같은 무게일 때 강철 와이어보다 5배나 더 질긴 케블라 보다 5배 더 질기다. 게다가 탄력성은 고무줄보다 더 좋다. 

만약 거미줄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면 방탄조끼나 보호복을 만드는 회사는 물론, 군대나 NASA가  아닌 누구라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우리가 입는 옷은 작은 나뭇가지에 걸리거나 달리다 살짝 넘어지기만 해도 때로는 형편없이 망가질 정도로 약하다. 니트는 작은 물리적 충격에도 상품가치를 완전히 상실한다. 그런 돌발사고가 없어도 대개의 니트 의류는 생활마찰 때문에 잘해야 한 시즌 버티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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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의 수명이 매우 중요해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언급했듯이 옷장에 모셔두지 않는 한, 니트 의류는 수명이 1년이나 그 이하이다. 광산이나 자갈밭에서 극한 노동을 하지 않는 한, 청바지는 100년을 입을 수도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사실은 “수명이 1년인 의류는 10년인 의류보다 쓰레기를 10배 더 많이 만든다”는 사실이다. 

2009년, 넥시아 바이오테크놀로지(Nexia Biotechnologies)라는 캐나다의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한 신생회사가 거미줄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하였다. 그들의 비밀은 몸집이 매우 큰 거미를 대량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동물로부터 거미줄을 얻는 기술이라는 것이었다. 그 동물은 바로 염소이다. 

넥시아는 무당 거미의 거미줄을 만드는 관련 유전자를 염소의 유전자에 삽입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처럼 두가지 다른 동물 심지어 식물의 유전자를 바이러스를 이용해 다른 동물의 DNA에 이어 붙여 새롭게 만든 동물을 ‘하이브리드(Hybrid)’ 라고 한다. 하이브리드는 키메라(Chimera)와 달리 겉모습이 다르지 않다. 

몸에서 형광 빛을 내는 글로피쉬(GloFish)는 형광 빛을 내는 해파리 유전자를 물고기 유전자에 삽입하여 만든 전형적인 하이브리드 동물의 대표격이다. 

넥시아는 이렇게 만든 하이브리드 염소의 젖으로부터 거미줄을 만드는 단백질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단백질로 섬유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는데 무당 거미의 거미줄이 케블라보다 5배나 더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미육군은 그들의 연구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필요한 모든 자금을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넥시아는 그들이 만들게 될 이 거미줄을 바이오스틸(BioSteel)이라고 이름 붙였으며 전 세계가 그 소식을 듣고 열광했다. 하지만 염소의 젖으로 거미줄을 만든다는 그들의 연구는 결국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 

우유 단백질인 카제인(Casein)으로 만든 섬유가 있다. 이른바 우유섬유이다. 콩의 단백질을 이용한 콩섬유도 있다. 이처럼 천연 단백질을 원료로 만든 섬유를 아즐론(Azlon)이라고 한다. 일종의 재생섬유이다. 아즐론은 부드럽고 따뜻하지만 습윤강도가 낮고 신축 회복성이 낮아 상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이브리드 염소로부터 얻은 단백질은 거미줄의 DNA 일부를 가지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우유 성분인 카제인이었다. 결국 넥시아가 만들어낸 섬유는 아즐론에 불과했던 것이다. 

레이온의 원료가 나무의 수종과 상관없이 결과물은 동일한 것과 마찬가지로 원료가 콩에서 유래했든 우유에서 유래했든 아즐론이라는 결과물은 똑같다. 탄수화물을 발효하여 만드는 섬유인 PLA도 마찬가지이다. 원료가 옥수수이던 해초이던 구성분자가 셀룰로오스인 한, 결과물은 같은 것이다. 현재 상용화된 섬유 중 가장 질긴 것은 케블라 보다 3배 더 질기다고 알려진 다이니마(Dyneema)이다. 

2017년에 독일의 스타트업 AM silk, 일본의 Spiber, Bolt Thread 등이 거미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가격이나 대량생산 가능 여부 때문에 아직 시장에서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이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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