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섬유지존 지킨다
이태리 섬유지존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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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섬유 인프라 유기적인 활용 적극
지리멸렬 국내 섬유업계 반면교사 삼아야

이태리가 섬유최강국으로의 기치를 새롭게 내세우고 있다. 섬유공룡 중국을 따돌리는 비책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제’ 카드를 빼든 것이다. 전략은 이미 구축된 다양한 섬유 인프라를 활용, 섬유최강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것.
난공불락으로 여겼던 밀라노 섬유클러스트 내 섬유업체들이 경쟁력을 상실, 공장문을 닫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세계최대 고급 소모직물산지로 불리는 비엘라지역의 경우 생산업체가 50%나 감소했다. 생존한 중급품 생산업체는 고급품 생산체제로 전환시키거나 아예 중국 현지생산에 나섰다. 그리고 협력생산체제 강화를 통해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세계 패션산업과 소재산업의 리더 이태리가 중국의 ‘토네이도’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거세다. 이대로는 중국의 거센 용트림에 추풍낙엽 신세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면서 바짝 정신을 차린 것이다.
이 같은 이태리의 움직임은 한국섬유산업에 각별한 의미로 다가서고 있다. 소재나 패션 모두 한국보다 한 수 앞선 이태리가 섬유공룡 중국의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얻을 것인가?
밀라노지역에서는 소재전시회나 섬유관련 단체들의 통합 움직임이 활기차게 이루어지고 있다. 소재전시회의 경우 이데아비엘라 등 4개 소재전시회가 ‘밀라노 유니카’로 통합·운영에 들어갔다. 불란서의 소재전시회인 프리미에 비죵 대항 차원이다. 또 패션협회와 방적업체들을 중심으로 ‘SMI-ATI’를 결성, 업종간 협력강화에 나섰다.
이는 정기적인 컬렉션과 쇼룸 등을 통한 셀러즈 마켓방식의 판매시스템으로 연계되고 있다. 정기적인 전시회 및 켈렉션 마케팅은 타겟시즌 2년전부터 시작된 패션트랜드 분석을 스타트로 원사·원단 및 최종 의류제품에 이르기까지 스트림간의 정보교류와 주문생산을 통해 재고를 최소화 시키는 게 과제다.
특히 쇼룸 운영을 통한 수·발주 시스템은 눈여겨 볼 사안이다. 현재 밀라노 시내에는 1000여개 이상 의류업체 쇼룸이 운영되고 있다. 쇼룸은 이태리 국내 소매상을 비롯 해외 바이어와의 제품상담과 수주가 이루어지는 현장이다. 신규 브랜드의 경우 쇼룸 운영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과 인지도를 높인 후 7-8년 뒤 스트리트 샵 형태의 직영매장을 개설하는 순서를 밟는다.
생산과 유통이 엄격한 분리되는 완사입 판매시스템 또한 주목된다. 유통업자는 수대에 걸쳐 축적한 판매노하우로 최종 소비자들의 소비형태를 분석, 팔릴 가능성이 있는 제품만 골라 주문하고 자기 책임하에 판매가 이루어진다. 이는 의류업체들의 안정생산과 기획생산으로 연결, 재고부담을 덜어준다. 현재 이태리 의류제품의 평균 판매마진률은 30-40%에 이르고 소비자 가격은 공장도 가격의 2배 정도에 불과하다. 생산과 유통의 엄격한 분리가 가격의 거품현상을 말끔히 걷어내고 있는 것이다.
산·학이 연계된 인턴쉽제 운영 역시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이는 현장실무능력 배양으로 직결된다. 이태리 섬유클러스트 비엘라지역 Quintino나 꼬모지역 Setaficio 등 전문화된 섬유고등학교의 경우 고교 3-5년 기간 중 방적설비·제직설비·염색설비 등 섬유제조설비를 완벽히 갖춘 실습실에서 실기위주로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기관은 고교 3-5년 동안 방학기간 중 최소 10일 이상 기업단기연수과정과 대학졸업 후 3개월간 의무적으로 기업연수 기간을 거친다.


특히 학생이 원할 경우 언제든 기업을 선택해 연수가 이루어지는 항시 개방체제가 정착돼 있기도 하다. 업계의 요청에 의한 산학 공동 프로젝트의 경우 재학중에도 실무경험을 쌓는 기회가 된다. 업계는 참신한 디자인과 기술개발 등에 연계되는 일거양득의 묘를 살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밀라노를 중심으로 한 섬유클러스트 내 다양한 인프라간의 유기적이고 기민한 움직임은 섬유공룡 중국을 따돌리기 위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요체는 승부수로 띄운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세계최고 섬유명품 생산국의 자존심을 지키자는 것이다.


섬유공룡 중국 앞에 풍전등화 처지로 몰린 한국 섬유산업. 섬유 세계최강 밀라노 섬유클러스트가 던지는 메시지를 부러워만 할 것인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명쾌한 해답은 세계 섬유산지 대구경북을 이태리 밀라노로 만들기 위한 밀라노프로젝트의 제대로 된 방향제시와 그 실천의지가 새로운 힘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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