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口有言] 쟁쟁한 후보들 하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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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회장 과유불급 덫에
신뢰·도덕성 큰 손상
“3연임 사임은 순리다”

신뢰는 무너졌고 도덕성은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사람사는 처세를 놓고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지나침은 모자라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은 동서고금을 갈파한다. 예를 들지 않더라도 과유불급 때문에 평생의 업적을 한 순간에 망가뜨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유불급은 또 원용컨데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독선의 뜻도 담는다. 지금 차기 섬산련 회장 추대 과정은 과유불급의 결정판이다. 과욕의 끈을 놓는게 경계의 교훈을 무시할만큼 쉽지가 않은 것인가.

민족의 명절 설 연휴가 지났다. 설 명절 전 노희찬 회장 3연임 불가여론이 빗발쳤는데, 노 회장은 어떤 심정으로 설 연휴를 보냈을까. 설 연휴가 끝났지만 업계가 기대했던 그의 사임설은 나오지가 않았다. 불가여론은 우이독경이었고 찻잔속의 태풍에 머물렀다.

가장 상위 단체인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은 업계의 신뢰가 뒤따라야 힘을 받는다. 회장직무는 사익을 추구하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 업계는 노 회장이 지난 6년간 섬산련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느냐 묻는다. 2연임도 모자라 또 한 번 회장을 하겠느냐는 뜻이다. 그에 대한 업계의 신뢰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진퇴를 저울질못한 노 회장 탓이다. 노욕인가. ‘나 아니면 안된다’는 논리인가. 논리라면 구차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12월 17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이사회를 열고 차기 섬산련 회장 추대를 위한 5인 추천위원회를 발족시켰다. 현직 노희찬 회장은 유례가 없는 자천으로 추천위원을 맡았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현직 회장은 차기 회장 선출에 공정하고 독립적인 입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 회장 스스로가 추천위원으로 명단에 올린 것은 도덕성 훼손이나 다름없다. 이도 모자라 스스로 후보를 추천했다. 추천위원들간 삼분사렬 또한 당연한 귀결이었다. 1·2차 추천위원회 난상토론 격론은 이를 웅변해 준다.

화룡점정은 1월 20일 3차 회의에서 나왔다. 애초 만장일치 차기 회장추대는 물건너간 상태였다. 추천위원회가 느닷없이 차기회장 후보도 아닌 노희찬 회장을 추천위원 만장일치로 3연임 회장으로 추대했다. 업계의 분열과 화합을 깨는 경선은 안된다는 해괴한 논리를 앞세웠다. 각 후보자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업계 역시 생각지도 않았던 노회장 3연임 추대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극한 반대가 빗발쳤다. 회장 후보가 아닌 노 회장이 왜 차기 회장을 맡느냐는 것이다.

당장 추천위원회의 월권행위가 도마위에 올랐다. 추천위는 4명의 후보자 중에서 차기 회장 후보를 추천 못했으니 당연히 섬산련 이사회에 보고를 해야했다. 그런데 이를 어겼다. 더 나아가 모 추천위원은 노 회장 3연임 반대의견을 냈다. 노 회장 또한 맡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했다.

그런데 섬산련 보도자료는 추천위가 만장일치로 노 회장을 3연임 회장으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이 행위는 일반적으로 정관법과 선거법위반이라는 의문을 낳기에 충분하다. 당연히 거센 비판 여론이 뒤따랐다. 누군가가 사실을 왜곡했다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게 노 회장 눈 앞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역대 회장 중 어려운 섬유산업을 몸소 헌신했던 점은 높이사지만 노 회장이 도덕성과 신뢰성 상실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이유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은 대내외적으로 한국섬유패션산업을 대표하는 자리다. 도덕성과 신뢰에 흠집 난 인물이라면 대표자로서 온당치가 않다. 만약 정치인이라면 정치생명은 끝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제 노 회장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스스로 3연임 멍에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는게 도리다.

차기 섬산련 회장 후보군은 막강하다. 쟁쟁한 후보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결코 노 회장보다 모자라지가 않는다. 노 회장은 3연임을 덜어내고 더이상 업계를 들러리 세우지 말라. 섬산련 정기총회 2월 24일까지는 아직 보름이상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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