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봉제업체 울리는 ‘서울시 갑질’ 논란
영세 봉제업체 울리는 ‘서울시 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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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어스 입점 봉제공장 2년만에 퇴거 조치
봉제공장 “서울시 정책에 속았다”

서울시와 시 출연 기관인 서울디자인재단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갑질’ 논란의 상대는 동대문 유어스 상가에 입주한 영세 봉제공장 4곳으로, 무리한 행정이라는 비판 제기와 함께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 <사진 : 이삭어패럴의 김광희 사장은 “서울시에서 영세 봉제공장을 지원한다고 해서 입주했지만 일감 확보나 쾌적한 근로 환경 제공 등 당초 약속에서 지켜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며 “새 공장을 찾아볼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지난 9월 30일 서울시 소유인 동대문 유어스 상가 4층에 입주한 봉제공장 4곳에 “내년 1월 31일까지 공장을 이전하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입주 공장들은 당초 2년 사용 후 재심사를 통해 문제가 없으면 2년을 추가 연장해 주기로 했는데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확인 결과 이들 공장에 대한 재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디자인재단은 계약서에 명시된 2년의 시간이 경과했으므로 공장을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입주 공장주들은 “2년 계약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사람이 어딨냐”며 “처음 약속대로 입주 기간을 2년 더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 상황에서 이전할 경우 이들 공장은 한 곳당 수천만원의 금전적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요청으로 봉제공장 입주
서울시는 2012년 11월 서류와 면접 등 심사를 거쳐 유어스 상가 4층에 입주할 ‘JM어패럴·대광·이삭어패럴·좋은사람들’ 4개 봉제공장을 선정했다. 디자인·기술 정보와 신규 일감연결 및 일감창출 창구로서 봉제공장을 지원한다는 취지였다.

당초 이 공간은 2011년 문을 닫은 디자인센터가 없어지면서 약 11개월간 마땅한 활용 방안이 없어 공실로 방치된 상태였다. 당시 서울산업진흥원(SBA)이 위탁 운영하던 동대문패션지원센터는 숭인동에 있던 사무실을 유어스 상가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 같이 제안했고, 서울시 문화산업과에서 정책적으로 승인해 입주가 이뤄지게 됐다. 현재 동대문패션지원센터는 서울디자인재단 소속으로 변경돼 운영해 오고 있다.

▲“비용 절감 위해 비워줘야” (서울시)
서울디자인재단은 공간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반드시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연구원 연구 결과, 중랑구와 성동구에 흩어져 있는 관련 센터들을 유어스 상가 한곳에 모으면 약 1400여 만원이 절약되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건물 임대료와 인건비를 아껴서 좀 더 많은 곳에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시의 정책 싱크 탱크(Think Tank)로 각종 연구 보고서를 생산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지금은 처음 계획과 달리, 공장이 빠지고 난 자리 활용 방안을 다시 짜는 중이다. 지난 16일 디자인재단 측은 “서울시는 여전히 봉제업종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라며 “교육관련 시설을 들이는 등 혁신적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중랑패션지원센터를 유어스 상가로 불러들인다는 계획을 수정해, 봉제 관련 설비는 중랑센터로 옮겨 지원을 강화하고 유어스 상가는 교육 등 다른쪽으로 컨셉을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건물주의 갑질이다” (공장주)
대광의 차경남 사장(現 서울봉제산업협회장)은 “서울시가 처음에는 2년으로 계약하자고 해서 입주를 포기했었다”며 “우리 입장을 받아들여 계약서에 2년 연장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계약서에는 ‘갑의 승인을 얻어 1회에 한해 입주 기간을 최대 2년간 연장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보다 구체적인 조건을 나열한 입주소개서에는 ‘총 입주기간 4년’이라고 명시한 후 ‘계약체결 후 2년+평가에 의해 2년’이라고 돼 있다. 공장주들은 “일반 살림집도 아닌 공장을 2년만 하고 옮기는 경우가 어디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통상 봉제공장은 보일러 및 관련 시설, 작업대, 연단기, 맞춤 재단판 등 설비들이 5~6년의 감가상각 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최소 5년 이상 계약을 하는 것이 관행이다.

▲공장 한 곳당 수천만원 피해
이들은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유어스로 공장을 옮기면서 한 곳당 설비와 이전비로 수천만원을 썼다. 이전하는 공장 크기와 구조에 맞게 각종 설비를 다시 맞추고 만만치 않은 이사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이삭어패럴의 김광희 사장은 “전기설비 800만원을 포함, 보일러 등 시설비로 1200만원이 들어갔다. 여기에 이사비 250만원을 합쳐 이전 비용만 2300만원을 썼다”고 말했다. 연단기 1대를 옮기는데만 150만원이 들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공장을 비우고 나갈 때 이 돈을 모두 공중으로 날리게 된다는 점이다.

김 사장은 “봉제공장은 이사할 때 배관시설과 보일러 등에 투입된 설비비를 받고 나가는데 우리 뒤에 들어오는 공장이 없으니 어디서 돈을 받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2년만 공장하고 나가라는 자체가 말이 안된다. 모두 4년을 계약기간으로 보고 입주했다”며 “서울시 정책에 속았다”고 말했다.

입주 공장주들은 “서울시가 입주 조건으로 내건 ‘패션 지망생 및 취업 희망자들의 봉제현장 견학 및 실습교육 지원’으로 인한 작업 차질도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사장은 “사람들이 오면 공장을 보여줘야 하는데 일에 방해가 안되겠나. 당초 입주할때의 약속이라 다 지켰고 비용을 무릎쓰고 각종 행사에도 참가했다”고 말했다.

▲책임질 주체가 없다
2012년 11월 이후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 동대문패션지원센터 세 곳은 모두 담당자가 바뀌었다. 디자인재단은 담당부서 책임자가 3번째 바뀌었고 패션지원센터는 이미 몇 개월전부터 센터장 없이 운영돼 오고 있다. 불과 2년만에 사업을 추진한 책임자가 한명도 남지 않아 정책의 일관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동대문패션지원센터의 위탁 운영권도 SBA에서 서울디자인재단으로 넘어갔다.

최종 권한을 가진 서울시 측은 “모든 권한을 서울디자인재단으로 넘겼으니 시에서는 할말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디자인재단은 자주 사람이 갈리고 전문성이 결여되다 보니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채 서울시 입장만 대변하는 형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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