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을 극복하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언제부턴가 퇴보만을 거듭하는 기업이 있다. 시장 확대기에 이 기업은 오너의 강직함과 근면 성실함으로 탄탄대로, 승승장구를 해 90년대 동업계 최고의 기업을 일궈냈다. 그러나 IMF를 기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해 지금은 동 업계에서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해 있는 상태다.
원인은 변화의 시기에 적절히 파도에 올라타지 못한데 있다. 어려운 시기에 자수성가해 회사를 키워낸 오너의 경험은 ‘완고한 신념’이 돼 직원들의 다양한 제안을 묵살하기가 일 수 였다. “이것은 이래서 안 된다, 저것은 무엇 때문에 안 된다”는 식의 제동이 걸리기 태반사여서 아예 직원들은 오너의 의견에 수긍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않으면 어떤 변화도 추구할 수가 없다. 변화는 혁신이고 기존의 것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론만 고수한다면 말이다.
최근 세계최초로 실리콘 압착 테이핑 기어 제품을 개발해 미국시장에서부터 바람몰이를 하며 주목받는 ‘에너스킨’의 양재영 대표. 그는 보통 하나의 상품을 특화하기 위해 5년이상의 실험과 연구기간을 갖고 수 만번이상의 시제품을 만드는 등 초인적인 열정을 불사르는 인물이다. 양 대표는 패션이나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고정관념은 커녕 사실상 패션에서 신봉하는 기본 패턴이나 봉제방법도 모르고 동업계에 뛰어들었다. 자신만의 패턴을 개발, 봉제공장에 의뢰해 번번히 퇴짜를 맞기 일 수 였지만 지금은 세계가 인정하고 글로벌 브랜드들이 흉내낼 수 없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뷰티브랜드 ‘헤라’와 시너지 창출
공식타이틀도 ‘헤라 서울패션위크’로
1년간 메인스폰서로 자금지원 및 협찬
정부주도로 민간자본참여 불가 원칙 깨
총괄감독제 도입이후 다양한 시도 주목
최근 양 대표외에도 패션전공은 아니지만 25세부터 란제리사업에 뛰어들어 20년째 동업계에서 선전하고 있는 여성 대표와 19세때부터 구두공장을 찾아다니며 기초부터 터득해 개성강한 브랜드를 런칭, 주목받는 남성 디자이너 등 자신만의 창의력과 시대흐름에 부합한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던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히려 “모르는 것이 약”이 된 대표 사례인 셈이다.
최근 가을에 열릴 서울패션위크가 15년 역사상 최초로 타이틀 스폰서 체제를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서울패션위크를 개최하는 서울디자인재단은 뷰티브랜드 헤라와 1년간 공식 후원계약을 맺었으며 오는 10월 16일부터 21일까지 개최되는 2016S/S 서울패션위크의 공식명칭은 ‘헤라 서울패션위크’가 된다는 것이다. 헤라는 1년간 메인 스폰서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예정인데 특히 모든 디자이너 패션쇼의 백스테이지 메이크업을 지원함으로써 트렌디한 한국여성의 메이크업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텐소울(Seoul’s 10 soul) 디자이너 10명이 헤라의 여성상이자 전세계가 주목하는 아름다운 한국여성을 일컫는 ‘서울리스타’를 주제로 특별 패션쇼도 진행하고 신진디자이너상 명칭으로도 사용할 예정이다.
그동안 서울패션위크는 한정된 예산에 쪼들려가며 행사를 치러왔다. 부정적 결과가 도출될 때 마다 ‘예산안 부족’ 탓을 돌려 왔다. 뉴욕패션위크, 런던패션위크, 도쿄패션위크는 유명자동차가 타이틀스폰서로 활동 중이고 각종 글로벌 기업들이 공식 스폰서를 자처하고 있다. 때문에 서울패션위크도 부족한 예산을 극복하고 타업종간 콜라보레이션이나 스폰서계약 체결로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여론은 오래전부터 조성돼 왔다.
하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에 민간자본의 참여는 불가능하다는 ‘고정관념’과 ‘원칙’아래 실현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 처음으로 서울패션위크 총감독제가 도입됐고 정구호 감독이 선임되면서 변화의 급물살을 탔고 이제는 서울패션위크가 헤라의 협찬금을 통해 다양한 글로벌프레스, 바이어초청 등 행사수준을 높이는데 일조를 하는 방식을 채택하게 된 것이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는 서양속담이 있듯이 닫힌 문만 바라보고 탄식할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문을 찾아 열어가는 ‘고정관념’ 탈피는 저성장시대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